[키워드로본한국-이란전]불발…불발…아,아쉬운‘세트피스’

입력 2009-06-18 0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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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최종전 한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박주영이 골킥을 시도한후 실패하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상암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프리킥-코너킥찬스각각2번놓쳐다양한전술변화-정확성16강숙제
지난 해 7월, 허정무 감독은 난감한 인물과 난처한 만남을 가진 적이 있다. 유로 2008 4강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거스 히딩크 러시아대표팀 감독과 자리를 함께 했던 것.

당시 허정무호는 성적 부진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던 상황이었고, 2002월드컵 4강 신화로 국민적 영웅이 된 히딩크는 유로 2008에서도 성과를 내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달가울 리 만무했다. 당시 허 감독은 히딩크의 리더십을 극찬하며 배울 점은 배우겠다고 말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으리라. 허 감독은 줄곧 ‘히딩크 그림자 지우기’를 외쳐왔기 때문이다. “더 이상 히딩크의 4강을 얘기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 허심이었다. 특히 국내 감독이 외국인 감독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욕은 대단했다. 그의 어깨가 언제나 무거워 보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16개월간의 월드컵 예선은 히딩크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2011년 은퇴 선언한 박지성

이란전을 앞두고 최고의 뉴스는 박지성의 2011년 은퇴 선언이었다. 2010년월드컵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데 이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뒤 대표팀 유니폼을 벗겠다고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산소 탱크’가 체력적인 한계를 걱정하면서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한마디로 최종전인 이란전을 앞두고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그렇다면 그의 플레이는 어땠을까. 언제나 중요한 순간에 한방씩 날려주는 그였기에 모든 팬들은 믿고 있었다. 설령 지고 있더라도 그에겐 뭔가 있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특히 ‘천당’과 ‘지옥’ 운운하며 자극적인 발언으로 신경전을 벌인 이란이었기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주장답게 열심히 뛰었다. 이기려는 의지도 엿보였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뛰었다. 박지성의 폭탄 같은 발언에 동료들이 더 자극받은 듯 했다. 박지성은 기어코 화룡점정을 찍었다. 후반 36분 왼쪽 페널티 박스에서 치고들면서 이근호와 2대1 패스로 상대를 따돌린 뒤 왼발 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흔들었다. ‘역시 박지성’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

7회 연속 본선 행을 이뤘지만 허 감독은 줄곧 방심하지 않았다. 총력을 다 한 이유는 몇 가지 있다. 20년 만의 무패 본선행은 물론 이란을 잡고 아시아 최강을 확인하고 싶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히딩크의 그림자를 지우고픈 마음도 들어있다. 고트비 이란 감독은 히딩크 사단의 핵심 멤버였다. 비디오 분석관으로서 히딩크 사단의 월드컵 4강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추측컨대 고트비를 보면서 히딩크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히딩크와 맞대결하는 대신 현실적으로 고트비를 잡겠다는 판단이었는지도 모른다. 허 감독은 초조한 듯 경기 내내 팔짱을 끼고 선 채 선수들을 독려했고, 격려 차원에서 자주 박수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선수들도 경기를 주도하며 열심히 싸웠다. 결국 비기고 말았지만, 태극전사들과 허 감독은 이심전심이었다. 이제 남아공으로 날아간다. 최종 예선은 끝났지만, 앞으로 더 중요한 본선이 남아있다. 히딩크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아! 골대

현대 축구에서 세트피스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허 감독은 훈련 때마다 세트피스 훈련을 빼놓지 않는다. 한방에 끝낼 수 있는 묘한 매력도 한몫한다. 하지만 최종예선 7경기에서 얻은 11골 중 2골에 그칠 정도로 알맹이는 빈약했다. 이란전을 앞두고 박주영과 기성용에게 프리킥이나 코너킥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킨 이유는 이날의 승리뿐만 아니라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또 하나의 전술 훈련으로 볼 수 있다. 이란전 전반에는 기성용이 전담했다. 프리킥 2번, 코너킥 2번을 찼는데, 프리킥은 위협적이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후반 초반 2차례의 프리킥도 기성용의 몫이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그런데 후반 20분 정말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아크 한가운데서 얻은 프리킥을 박주영이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볼은 휘면서 왼쪽 골포스트에 튕기고 말았다. 이란전에서 드러난 숙제는 세트피스의 다양성과 정확성이다. 짧게, 또는 길게, 또는 동료를 이용한 플레이 등 다양한 전술 변화가 필요하다는 숙제를 안았다. 월드컵 16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되새겨야할 점이다.

상암|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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