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44년만에월드컵본선진출…사상첫남북동반진출

입력 2009-06-18 05: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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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명국 골키퍼가 18일(한국시간)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B조 최종예선에서 멋진 선방을 펼치고 있다.ⓒ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자,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희비가 엇갈렸다. 전날 한국이 ‘해결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천금같은 동점골로 이란(2승5무1패.승점 11)과 무승부를 거둔 덕에 원정경기 부담을 던 북한은 사우디와 0-0으로 비겨 조 2위(3승3무2패.승점 12)를 유지하며 월드컵 본선 자동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8강 신화를 창조한 이후 무려 44년 만에 대업을 달성한 것. 그동안 축구 변방으로만 여겨졌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순간이었다.

또 북한의 본선행이 확정됨에 따라 사상 첫 남북 월드컵 본선 동반 진출도 성사됐다. 한국은 지난 7일 아랍메이레이트연합(UAE)를 꺾고 이미 본선행을 티켓을 거머쥔 바 있다.

반면 7만명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사우디는 90분간 북한의 골문을 줄기차게 두드렸지만, 북한 특유의 빗장수비를 뚫지 못하고 승점 1을 얻는데 그쳤다. 사우디는 북한과 똑같은 3승3무2패(승점 12)를 기록했지만, 골 득실차에서 뒤져 결국 조 3위로 떨어져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행을 노려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18일(한국시간) 새벽 사우디 리야드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 사우디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B조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이날 3-4-3 포메이션을 내세운 북한은 정예 멤버를 총 출동시켰다. 최전방 원톱에 정대세를 두고 좌우 측면 공격수에 각각 문인국과 홍영조가 출전했다. 또 지윤남-박철진-안영학-차정혁이 중원을 구축했고, 수비는 리준일 박남철 리광천이 맡았다. 골문은 리명국이 지켰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편 북한은 경기 초반 알 카나티와 나이프 하자리를 앞세운 사우디의 파상공격을 리명국 골키퍼의 선방으로 막아냈다. 전반 28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하자지가 멋진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했지만, 리명국 골키퍼가 쳐내 위기를 벗어났다.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잡지 못하던 북한은 전반 34분 최전방에서 홀로 고군분투를 펼치던 정대세가 벼락같은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사우디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내 아쉬움을 남겼다.

0-0으로 전반을 마친 북한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아크서클 정면에서 알 카타니에게 노마크 슈팅을 내줬지만, 또 다시 리명국 골키퍼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사우디의 계속된 공세를 탄탄한 조직력으로 맞서던 북한은 후반 14분 주장 홍영조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안철혁을 교체 투입해 수비를 강화시켰다.

북한은 후반 17분 빠른 역습에 이은 박남철의 슈팅으로 사우디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문전에서 뒤로 흐른 볼을 박남철이 왼쪽 골포스트쪽으로 감아 찼지만, 사우디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북한은 후반 28분 측면 공격수 문인국을 빼고 김금일을 교체 투입해 측면을 강화했다. 북한의 중앙 수비를 흔들기 위해 사우디의 측면 공격이 활발해지자 김정훈 감독은 수비수 대신 측면 공격수를 투입시키는 과감한 용병술을 펼쳤다.

이후 북한은 김영준이 퇴장당하면서 수적열세에 몰렸지만,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눈앞에 둔 북한 선수들의 투지는 활활 타올랐다.

결국 마지막까지 사우디의 거센 공격을 잘 막아낸 북한은 한국과 손을 맞잡고 월드컵 본선에 함께 진출할 수 있는 감격을 누렸다.

한편 A조 최종전에서는 바레인이 후반 29분 터진 마흐무드 압둘라만의 결승골을 앞세워 우즈베키스탄을 1-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바레인은 최종전적 3승1무4패(승점 10점)를 기록,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호주(6승2무 승점 20. 1위), 일본(4승3무1패 승점 15. 2위)에 이어 조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에 성공해 B조 3위 사우디와 맞붙게 됐다.

동아닷컴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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