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섹스는독?…모르시는말씀!

입력 2009-06-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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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파레이라 감독(오른쪽)은 대회 기간 동안 선수들에게 섹스를 허용해 우승을 일궈냈다. 학계는 선수들의 경기 전 섹스가 경기력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스포츠‘금욕의미신’믿을까말까?
《경기 전 섹스가 약일까, 독일까. 언제나 논란이 되어온 질문이다. 처한 상황이나 개인 성향, 심리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답하기 곤란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중요한 경기를 앞둔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경기 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합숙훈련과 같은 방법을 통해 사생활을 통제하는 처방을 곧잘 이용한다. 그 중에서 경기 전 섹스 허용 여부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으나, 여전히 만족할 만한 정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주 ‘스포츠 &사이언스’ 에는 섹스와 경기력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이끈 파레이라 감독은 섹스를 허용한 반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역시 브라질 사령탑을 맡았던 스콜라리 감독은 섹스를 금지시켰다. 결과는 모두 성공적이었다.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유로2004에서 잉글랜드 에릭손 감독은 선수단 숙소에 부인과 여자 친구를 불러들이는 전략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4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반면에 섹스를 강력하게 금지했던 포르투갈은 같은 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이런 사례만을 놓고서 섹스의 금지나 허용이 경기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하기는 곤란하다. 어느 한쪽도 확실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학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인 증거에 의하면, 격렬한 성관계를 가질 때 한 시간에 약 250kcal 정도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20-30분간의 성관계를 한다고 가정하면 80-130kcal에 불과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셈이다. 이는 걷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운동에 해당한다. 경기 전날의 성관계가 선수의 체력을 소모시켜 경기력을 해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남자 선수들이 성관계를 하고 12시간이 경과한 후에 달리기 능력이나 근력과 같은 운동능력이 실제로 감소하지 않았다. 평형성, 스피드, 반응시간, 순발력 등에도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경기 전 성관계가 남성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어 경기력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자 선수가 3개월 동안 섹스를 하지 않으면 테스토스테론이 급격히 저하되어 어린이 수준이 될 수 있다. 반면, 섹스한 뒤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여 공격적인 경기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검증이 더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

○아내와의 편안한 섹스는 집중력 높이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2000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섹스는 선수의 집중력을 높일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숙면을 도와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런 집중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양궁이나 사격과 같이 심리적 안정과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에서는 경기 전날의 섹스가 오히려 유익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큰 경기를 앞둔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나친 긴장감으로 편안하게 잠들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종목을 불문하고 경기 전날의 섹스가 유익할 수 있다.

실제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육상 1만m 메달 획득을 비롯해 올림픽에서 3번이나 입상한 린 제닝스(미국)는 경기 전의 섹스는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 경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경기 전날의 섹스가 체력을 저하시킬 가능성은 실제로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관계를 금지하는 감독들의 입장은 섹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섹스를 위해 밤을 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섹스 찬성론자들은 아내나 여자 친구 등과의 편안한 섹스가 심리적인 안정을 이뤄 경기력에 유익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과학적으로 판단하면 반대론자나 찬성론자들 모두 옳은 것이다. 결국 섹스가 자연스러운 생리적 욕구일진대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을 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지 않을까.

정동식 KISS 수석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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