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전남속였나?페예노르트와몰래‘이적이면계약’

입력 2009-06-2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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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하겠다던 다짐은 뭐였나.’ 이천수가 전남 구단 모르게 원 소속구단 페예노르트와 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져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전남“자유이적옵션사실이면계약위반”…이천수이적땐위약금3억5000만원
이천수(28)가 2월 수원 삼성에서 전남 드래곤즈로 재임대될 때 전남 구단 모르게 원 소속 구단 페예노르트와 따로 이면계약을 맺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천수 측근은 23일 취재진을 만나 “전남 이적 당시 페예노르트와 (페예노르트 입단 당시) 연봉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팀이 나오면 원 소속 구단(페예노르트)이 자유롭게 이적시킬 수 있다는 옵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 측근은 다음날인 24일 “당시 계약은 이천수가 통역을 통해 페예노르트 구단과 직접 맺었다. 전남과의 임대계약을 진행했던 이천수 대리인도 몰랐던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남 구단과 이천수 대리인 모두 이천수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전남 역시 “그런 옵션 조항은 처음 들었다. 사실이라면 계약 위반이다”고 발끈했다.

○얽히고 설킨 ‘이천수 계약’

얽히고설킨 ‘이천수 계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무적이던 이천수에게 박항서 전남 감독이 손을 내밀었고, 페예노르트-수원-전남 3자 간 줄다리기 끝에 전남이 수원에 6개월 치 재임대료 2억8000만원, 페예노르트에 잔여 6개월에 대한 임대료 5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수원이 작년 여름 이천수를 영입할 때의 임대료는 8억원선. 산술적으로 전남 역시 재임대료 4억원+잔여 임대료 4억원을 지불해야 했지만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킨 이천수에게 거액을 쓰기를 꺼려했고, 결국 저렴한 가격에 임대료가 책정됐다. 대신 페예노르트는 ‘6월 1일까지는 전남이 완전이적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갖지만 6,7,8월에는 원 소속팀인 페예노르트가 이적권리를 행사한다’는 옵션을 요구했고, 전남은 이를 수용했다. 전남은 우선협상기간에 완전이적을 포기했고, 우선권이 페예노르트로 넘어간 상황에서 중동 클럽이 이천수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에 이천수는 ‘전남 이적 때 2007년 페예노르트 입단 당시 연봉 이상을 지불하는 팀이 나오면 원 소속구단(페예노르트)이 자유롭게 이적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옵션을 공개하며 “만일 페예노르트가 이적을 추진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남이 어처구니 없어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만일 계약 당시 전남이 모르는 이면계약이 있었다면 이천수 측이 일을 크게 잘못 처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천수 측근은 “이천수와 페예노르트 간 계약 내용이기 때문에 전남에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천수 미래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전남 입장에서는 이천수가 만일 떠나도 금전적인 피해는 거의 없다. 전남은 6월 중순 이천수와 기본연봉 2억5000만원, 골 수당 1500만원, 도움수당 500만원에 재계약했다. 3,4,5월을 ‘무급’으로 뛰었던 이천수는 최근 3개월 치 연봉 7500만원과 4골 1도움에 대한 옵션 금액 6500만 원 등 1억4000만원을 소급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천수가 임대 기간 내 팀을 떠날 경우 3억5000만원의 위약금을 물기로 했기 때문에 전남은 임대료에 대해서도 손해 볼 게 없다. 그러나 이천수가 남든 떠나든 시즌 중에 이런 악재가 불거진 만큼 팀 분위기에는 악영향을 미칠 게 자명하다. 또한 박항서 감독 역시 이천수 영입 당시 구단의 반대에도 불구,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영입을 강력하게 추진했기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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