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은퇴기자회견“농구잘했던선수로팬들에게기억됐으면…”

입력 2009-06-2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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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못해봐가장아쉬워…앞으로길은아직고민중
“자존심 등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때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

무릎 수술을 받아 목발을 짚고 26일 잠실야구장내 LG스포츠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현주엽(34·LG)은 은퇴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가족들을 이야기는 부분에서 목소리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은퇴 결정에 후회는 남지 않는 듯 했다.

현주엽은 “무릎 수술을 받아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하고, 이전에 내가 보여줬던 플레이를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아 은퇴를 결정했다”며 “섭섭하기도 하지만 경기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생각에 시원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술을 많이 받아 내 몸 상태가 이전처럼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때문에 자존심 문제도 있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도 좋은 모습으로 그만하는 게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프로농구에서 9시즌 뛰면서 우승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말한 그는 “2009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도 은퇴하게 되는 등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이 겹치는 것 같다.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가족들과 은퇴 상의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어머니가 조금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다”고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곧바로 목소리를 가다듬은 그는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는 못했음을 밝혔다. 현주엽은 “예전에는 농구를 후회 없이 해보고 다른 길을 가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후회가 남는 것 같아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푹 쉬면서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은퇴 후 복귀도 고려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는 “(우승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싶긴 한데 지금까지 이어온 불운이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복귀는) 고려해보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딴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현주엽은 “(서)장훈이형과 경쟁 구도로 보는데 선수 생활하는 동안 가장 재미나게 경기를 했던 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장훈이형이다”라며 “팬들에게는 농구를 잘 했던 한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라고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잠실|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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