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김동진“러시아찍고EPL가고싶다”

입력 2009-06-2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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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니트에서 뛰는 김동진은 성실함과 꾸준한 활약으로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해외파 중 가장 저평가된 선수로 꼽히는 그는 항상 이영표의 그늘에 가려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한걸음을 전진하며 성장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 yohan@donga.com

허정무호의 왼쪽 풀백 김동진(27·제니트)은 A매치 59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대표팀 내 역할은 백업 요원이다. 이영표(32·도르트문트)에 밀려 후반 교체 선수로 출전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해 단 한번도 불만을 털어놓지 않는다. 누구보다 대표팀 소집을 반기고, 훈련에서도 적극성을 드러내며 대표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10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을 마치고 러시아로 돌아가기에 앞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동진을 25일 만났다.

○영표 형은 나의 우상

“대표팀 멤버 중 가장 저평가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가볍게 웃었다. 그러나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제가 실력이 뛰어났다면 후보에 있지 않겠죠.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주전으로 뛰지 못한 것 뿐이에요. 영표형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더 노력해야죠.”

 러시아리그에서 뛰고 있는 탓에 존재감이 적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러시아리그가 한국에는 생소하잖아요. 제가 제니트로 이적한 이후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낯선 곳이죠. 제가 해외파 선수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잉글랜드 등 다른 유럽지역에서 뛰는 선수들이 잘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까 상대적으로 저는 관심을 덜 받는 것 같아요.”

김동진에게 경쟁상대 이영표가 어떤 존재일까.

김동진은 안양 LG(현 FC서울) 입단 이후 줄곧 이영표의 그늘에 가려 여러 포지션을 옮겨 다녔다. 중앙 수비수부터 수비형 미드필더, 왼쪽 풀백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대표팀에서는 항상 이영표의 뒤를 잇는 백업 요원이었다. 2006년 아드보카트 감독을 만나 독일월드컵에서 잠시 주전으로 뛰었을 뿐이다.

김동진은 “예를 들면 조재진이 ‘제2의 황선홍’으로 불리는 것처럼 김동진은 ‘제2의 이영표’일 뿐이에요. (이)영표 형은 제가 뛰어넘기 힘든 경쟁 상대이고, 그만큼 대단한 업적을 쌓았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제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힘들겠죠. 영표 형은 저에게는 우상과 비슷한 그런 존재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꿈을 위한 도전

독일월드컵을 마친 뒤 김동진은 아드보카트 감독을 따라 러시아로 떠났다. 이호(성남)와 함께 제니트에 입단한 그는 곧바로 주전으로 도약하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해외로 진출해 용병으로 산다는 것은 험난한 일이었다. 실수를 하면 동료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때로는 ‘왕따’에 가깝게 동료들의 무관심으로 상처 받았다.

특히 이호가 제니트를 떠난 이후 외로움까지 밀려와 밤늦게 눈물로 밤을 보내는 날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러시아가 다들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치안은 문제가 없고, 두렵지도 않아요. 오히려 동료들의 비난과 무관심,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무관심 등이 더 힘들었죠”라고 했다.

러시아 제니트와 2010년까지 계약이 된 김동진은 기로에 서 있다.

2009년 군 입대를 결정하지 않으면 만 27세 이하 선수만 뽑는 상무에 갈 수 없게 된다. 제니트와 계약기간이 1년 이상 남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병역 의무를 기피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시기가 문제죠. 축구인생을 위해 상무를 포기할지 아니면 상무에 입대해 다른 기회를 엿볼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어요. 연말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의 꿈은 러시아를 발판 삼아 빅리그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선수들이 대거 진출한 프리미어리그에서 한번쯤은 뛰어 보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군 입대를 늦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니트에서 뛰던 많은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로 진출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지금보다 발전하면 저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믿고 최선을 다할 겁니다. 팬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인사말을 남겼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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