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훈련신수지“나좀살려줘”

입력 2009-06-2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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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선수 신수지.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크로아티아서러시아코치와전훈,바다수영만40분등지구력보완
“엄마, 나 좀 빼줘. 살려줘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딸의 목소리. 안쓰러움에 어머니의 눈에는 이슬이 맺힌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생한 만큼 다 잘 될 거야”라고 위로의 문자메시지를 던지는 것 뿐. 가녀린 ‘요정’도 어머니의 격려에 독기를 품었다.

7월 1일 개막하는 2009 베오그라드 하계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하는 ‘한국리듬체조의 희망’ 신수지(18·세종대·사진)가 지옥훈련에 한창이다. 전지훈련지는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알프스 산맥의 끝자락과 지중해가 만나는 이곳은 문화유산까지 간직한 세계적 관광명소다.

그러나 신수지에게 풍경을 느낄 겨를은 없다. 해변에 위치한 간이천막훈련장. 실내온도는 섭씨 40도에 달한다. 몇 번의 연기에 기진맥진. 러시아인 코치는 약한 지구력을 지적했다. “(신)수지, (백사장을) 달려.”

‘누가 이 해변을 아름답다고 했던가.’ 움푹 움푹 꺼지는 모래에 다리는 천근만근. 2시간을 달렸더니 이번에는 “바다 속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물빛은 투명한 에메랄드가 아니라 오싹한 에일리언. 40분을 헤엄친 뒤에야 겨우 체조훈련장으로 향한다.

마음 놓고 먹을 수라도 있다면 또 한번 힘을 내련만. S라인의 완벽한 몸놀림을 위해 식도락과도 잠시 이별 중. 신수지는 “시간 좀 빨리 가라”고 되뇌며 한달을 보냈다. 7월 6일 드디어 베오그라드로 떠나는 신수지는 7월 9∼10일 세계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겨룬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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