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호날두…얄미운테베스”

입력 2009-07-2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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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옛제자 두명 상반된 평가
이적시점 자신과 관계 따라 설정


‘헤어 드라이기’로 불릴 정도로 EPL 최고의 ‘독설가’인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별난 ‘제자 구분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무리 맨유에서 최고 스타로 명성을 떨쳐도 한 번 팀을 떠나면 영원히 보지 않을 것처럼 행동해온 퍼거슨은 2008-2009시즌을 마치고 나란히 이적을 택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를로스 테베스에 대해 각기 다른 견해를 보였다. 퍼거슨은 포르투갈 출신으로 전 세계 이적료 신기록(1670억원)을 세우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무적함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호날두에게 퍼거슨은 “언젠가 론(Ron·호날두 애칭)이 맨유에 되돌아오리라 믿는다. 아직 전성기도 오지 않은 그는 이제 24세에 불과하다. 좀 더 우리 팀에 남아서 커리어를 끌어올렸어야 했다. 또래 선수로 유명세를 떨치는 리오넬 메시, 카카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고 선수였다. 이제 그가 없는 상황에서 다음 시즌에 똑같은 경기력을 발휘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고충을 호소했다. 반면,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행을 결정한 테베스를 향해선 거침없는 화살을 날렸다. “테베스가 우리와 다음 시즌에도 함께 했었다면 정말 행복했을 것”이라고 배경을 깔았지만, 퍼거슨은 “내 자신의 명예를 걸고 그를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끝내 맨시티로 떠났다. 휴대폰 문자도 남겨봤고, 꾸준히 메시지도 남겼다. 그러나 전혀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테베스가 “퍼거슨과 맨유는 나를 잔류시키기 위한 조치를 조금도 하지 않았다. 퍼거슨은 ‘거짓말쟁이’다”라고 했던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심지어 퍼거슨은 “맨시티가 테베스에 책정한 이적료 2500만 파운드(520억원)는 터무니없는 액수”라며 “맨시티는 스트라이커만 8명을 영입했는데, 이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가 내년에 떠나느냐’일 뿐”이라고 코웃음을 쳤다.

이를 두고 영국 언론에선 퍼거슨의 ‘떠난 제자’에 대한 평가 기준은 이적 시점에서 자신과 어떠한 관계를 유지했느냐로 설정된다고 내다봤다. 유명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케어 라니지는 “퍼거슨은 관계 유지를 매우 중시하는 인물”이라며 “맨유를 떠난 뒤 각지를 오가며 옛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 채 잊혀져가는 데이비드 베컴과의 ‘소원한 관계’에서 예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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