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3이닝3K‘퍼펙트피칭’

입력 2009-08-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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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스포츠동아 DB]

시카고컵스전무실점완벽투
인간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줄 아무도 모른다. 13일(한국시간)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 데뷔전을 치른 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스(38)와 롱맨 박찬호(36)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LA 다저스가 연결고리다. 둘은 1990년대 초반과 중반 다저스 팜팀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로 꼽혔다. 다저스의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다저타운에서 스프링캠프 때 영어회화를 열심히 배운 선수로도 유명했다.

마르티네스는 1990년 다저스가 아마추어 프리에이전트(FA)로 계약을 맺었다. 그가 존경하는 형 라몬 마르티네스는 당시 다저스의 기둥투수로 활약했다. 박찬호는 1994년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됐다. 마르티네스는 루키리그부터 거쳤지만 박찬호는 빅리그에서 2경기를 등판한 뒤 더블A부터 마이너리그 수업을 쌓았다.

마르티네스는 박찬호가 다저스에 데뷔하기 전인 1993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다. 다저스는 1988년 월드시리즈 이후 1994년까지 침체기였다. 토미 라소다 감독은 특히 2루수 부재로 애를 먹었다. 1993시즌 메이저리그 첫해를 마친 마르티네스는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로 트레이드됐다.

라소다 감독은 “마르티네스는 선발투수로 부적격하다”며 몬트리올로 보내면서 2루수 딜라이노 드실즈를 받았다. 마르티네스는 1993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0승5패, 방어율 2.61을 마크했다.

선발투수도 아니라고 한 마르티네스는 이후 사이영상을 3차례나 수상했고, 드실즈는 3년을 다저스에서 활동하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했다. 다저스 역사상 최악의 트레이드가 바로 마르티네스-드실즈 교환이다.

마르티네스가 떠난 뒤 박찬호가 그 자리를 1996년부터 메웠다. 마르티네스처럼 구원-제5선발을 거쳐 팀내 기둥투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80승을 거두고 2001년 FA가 돼 텍사스 레인저스로 떠났다.

시간이 흘러 둘은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됐다. 마르티네스는 필리스 데뷔전에서 슬럼프에 빠져 있는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5이닝 7안타 5탈삼진 3실점한 뒤 6회부터 박찬호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마르티네스는 전성기의 구위에는 훨씬 모자랐지만 최고 시속 149km의 직구를 뿌렸다.

박찬호는 3이닝 동안 3탈삼진의 퍼펙트 피칭으로 마르티네스가 승리투수가 되도록 도왔다. 3이닝 무실점 쾌투로 방어율도 올 시즌 가장 낮은 4.66으로 떨어뜨렸다.

마르티네스의 필리스 데뷔전은 타선의 폭발적인 지원으로 필리스가 12-5로 크게 이겼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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