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이청용EPL데뷔전‘절반의성공’

입력 2009-08-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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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발견했다. 지난 주말 선덜랜드전을 통해 예상밖 빠른 데뷔전을 치른 볼턴의 미드필더 이청용은 비교적 무난한 플레이를 펼쳤으나 잔디에 미끄러지는 등 일부 문제점도 찾을 수 있었다. [스포츠동아DB]

깜짝데뷔전이남긴것은…
이청용(21·볼턴 원더러스)이 한국 선수로는 7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이청용은 16일(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선덜랜드와 2009-2010시즌 개막전에 팀이 0-1로 뒤진 후반 23분 미드필더 맥칸과 교체투입돼 약 25분간 필드를 누비며 무난한 플레이를 펼쳤다.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출장. 볼턴 선수단에 합류한지 불과 하루 만에 이뤄진 전격 데뷔전에 국내 팬들은 물론, 현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상적인 데뷔전 ‘합격’

컨디션 조절은 커녕, 시차 적응도 바랄 수 없는 상황. 14일(현지시간) 볼턴에 도착한 이청용은 이날 한 시간도 채 안되는 짧은 훈련에서 한 차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고 15일 자정 무렵 첫 출격을 감행했다. 볼턴은 전반 5분 상대 공격수 대런 벤트에 허용한 헤딩 결승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졌지만 등번호 27번 이청용에겐 뜻깊은 시간이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홈 팬들도 이청용이 볼을 잡을 때마다 아낌없는 갈채와 함성으로 반가움을 드러냈다. 스카이스포츠는 ‘활기찼다(Lively)’는 촌평과 평점 6점으로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이청용의 부친 이장근(49)씨는 “경기 전, 에이전트로부터 아들이 17명 출전 리스트에 올랐다고 들었다. 교체 출전을 기대했는데 잘해줘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벤치의 신뢰를 듬뿍 받으며

이적료 220만 파운드(45억원), 연봉 15억원에 3년 계약한 이청용은 이미 멕슨 감독이 구상 중인 전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우린 이른 시간에 실점하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다 후반부터 좋아졌다”는 코멘트 속에서 후반 중반 교체로 들어선 이청용에 대한 벤치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한국 대표팀 A매치에 스카우트를 직접 파견했던 멕슨 감독은 입단이 확정된 이청용의 비자 발급이 계속 늦어지자 관계당국에 공문을 보내는 성의를 보였고, 이후에도 구단에 “리(Lee)는 언제 오느냐”고 묻는 등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프리시즌 훈련을 함께 하지 못한 이청용에게 “몸이 괜찮느냐”고 묻곤 곧바로 명단에 포함시킨 점에서도 ‘볼턴의 미래=이청용’ 공식을 끄집어낼 수 있다.

○잔디, 몸싸움에 적응하라

데뷔전 후 이청용은 아버지와 전화 통화에서 “괜찮았다. K리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안심시켰다. 물론, 잠재력은 확인됐지만 몇 가지 과제를 함께 남겼다. 이청용은 볼을 잡으면 패스하는데 급급해 아직 전문 윙어로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몸싸움과 공간 활용도 만찬가지. 후반 36분 케빈 데이비스에 헤딩으로 슈팅 기회를 엮어낸 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고, 결정적 찬스에선 잔디에 미끄러졌다. 이청용도 아버지에게 “빠른 템포, 잔디에 적응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적은 볼터치 횟수에서 언어 장벽을 빨리 극복해야 다국적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당연한 진리도 함께 깨달았다. 이청용은 23일 헐 시티전에서 첫 선발 출격에 도전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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