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사상첫3년연속50도루…대도이대형

입력 2009-09-03 0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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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훔치다 못해 뽑아?” LG 이대형(왼쪽)이 2일 목동 히어로즈전 8회 3루도루로 시즌 50번째 도루에 성공한 뒤 베이스를 뽑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뻐하고 있다. 목동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발만빠르다’꼬리표떼고,공수맹활약LG주전우뚝
LG 2루주자는 이대형(26)이었다. 2일 목동구장, 히어로즈가 6-2로 앞선 8회초 1사 1·2루에서 모든 시선이 2루로 향해 있던 이유였다. 조금씩 리드폭을 넓혀가던 이대형은 풀카운트에서 3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허를 찌르는 세이프 타이밍. 하지만 타석에 있던 페타지니가 파울로 걷어냈다. ‘아!’ 탄성이 흘렀다.

히어로즈 강윤구가 다시 투구모션을 취했다. 좀 전보다 더한 긴장감이 팽팽하게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강윤구의 7구 째가 손끝을 떠나는 순간, 이대형이 다시 출발했다. 이번에는 페타지니의 헛스윙. 이대형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두 팔을 뻗어 3루로 슬라이딩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포수의 송구를 받은 히어로즈 3루수 황재균이 이대형을 태그했다.

잠시 후. 심판은 두 팔을 양 옆으로 활짝 벌렸다. 세이프. 벌떡 일어난 이대형은 곧바로 베이스를 뽑아 들고 환호했다. 사상 최초의 3년 연속 50도루 기록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롯데 정수근이 두산 시절인 1996년부터 2002년까지 7시즌 연속 40도루에 성공했지만, 50도루 이상을 3년 연속 해낸 적은 없다. 해태 김일권(1982-1984)과 두산 이종욱(2006-2008)도 3연속 시즌 40도루에 성공한 게 전부다.

1993년(73개)과 1994년(84개)에 연속 70도루를 해낸 KIA 이종범(당시 해태) 역시 1995년 군복무로 쉼표를 찍어야 했다. 이대형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대도’로 우뚝 선 셈이다.

고교 시절부터 빠른 발로 유명했던 이대형은 입단 3년째인 2005년에 도루 37개(107경기)를 성공시키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 때만 해도 ‘발만 빠른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2007 시즌에 3할 타율(0.308)과 53도루에 성공하면서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했고, 2008 시즌에도 도루 63개로 실력을 발휘했다. 올해 역시 119경기 만에 50번째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이대형은 “3년 연속 50도루라는 기록 자체보다는 큰 부상 없이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했다는 의미인 것 같아 그 부분이 가장 기쁘다. 앞으로도 부상 없이 4년, 5년 연속 50도루를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현재 도루 2위 정근우(SK·46개)에 4개 차로 추격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자신 있다. 반드시 1위를 지켜내겠다”면서 3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향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대형은 이날 뽑은 베이스를 구단에 기증했고, LG는 구단 사무실 내 전시실에 진열해 기록을 기념하기로 했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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