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피플]강동희초보감독의3개월“타는속…담배만늘었다”

입력 2009-09-0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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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희 동부 감독(가운데)이 7일 전지훈련지인 도쿄 시내의 한 호텔 앞에서 정한신 코치(왼쪽), 이세범 코치와 함께 새 시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도쿄|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1980-1990년대 ‘허동택’ 트리오는 농구계를 호령했다. 많은 팬을 몰고 다니며 최고의 인기를 누린 허재-강동희-김유택 3총사는 이제 모두 지도자로 변신,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KCC를 우승시킨 허재 감독에게 대구 오리온스 김유택 코치,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올해 사령탑으로 데뷔하면서 처음으로 한 팀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선 강동희 감독에게서 지난 3개월간의 여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타는 속, 늘어가는 담배

강동희 감독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이래서 감독한테 연봉을 많이 주는 것 같다.” 그만큼 할 일도 많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등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직업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강 감독은 “코치 때는 뚜렷한 역할이 있어 내 일만 잘 하면 됐다. 하지만 감독은 모든 걸 다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뒤 “담배가 한 갑은 더 늘었다”는 말로 감독직의 스트레스를 대신했다.

동부가 이전까지 워낙 성적이 좋아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강 감독은 도전하는 처지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 용병이 1명 뛰게 되면서 김주성을 보유한 팀의 강점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 팀은 KCC나 삼성의 높이에 도전해야 하는 입장이다”며 “(성적이) 이전과 비슷하게 나와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선배 대결에서 한 발을 빼다.

강동희 감독은 사령탑 임명 직후만 해도 허재, 전창진, 김유택 등 선배 지도자들과의 대결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감독으로 직접 일을 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배운다는 자세다. 강 감독은 “전창진 감독님이 팀을 떠나기 전에 나에게 ‘날 이겨라’라는 말을 했다. 그 말씀을 가슴에 새겨놓고 있다. 코트에서는 절대 지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둘도 없이 가까운 허재 감독에 대해 묻자 그는 “허재 형이 내가 감독 되고 난 직후에 전화를 걸어서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고 했다. 내색은 안 했지만 3-4년간 허재 형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한번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다. 감독이 되려면 그만큼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믿음의 농구

강동희 감독은 선수시절 한국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았던 강 감독이지만 선수들에게는 정신적 부분을 더 강조한다. 그는 “감독으로서 ‘어떻게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나’가 가장 힘든 것 같다. 그래서 그 기준을 세웠다. 선수와 감독이 서로를 믿고 함께 팀을 끌어가면 위기가 찾아와도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인위적 카리스마는 거부했다. 강 감독은 “나보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내 실제 모습이 아닌 것을 선수들이 봤을 때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길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다. 내가 가진 그대로를 선수들에게 보여줄 때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 감독의 시즌 1차 목표는 6강 PO 진출이다. 하지만 선수들과 신뢰가 쌓이면서 팀워크가 좋아진다면 4강 혹은 챔프전 진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강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동부가 정상에서 밑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하지만 나와 선수들이 하나가 돼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다면 다시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믿고 있다”고 청사진을 공개했다.

도쿄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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