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환대받지못하는위건의숙제

입력 2009-09-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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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애슬레틱의 홈구장 DW 스타디움에서 12일(한국시간) 열린 위건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경기 날이 되면 수 시간 전부터 도시 전체가 들썩이기로 유명한 곳이 잉글랜드지만 북서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위건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맨체스터에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 인근은 물론 시내 전체가 빨간 물결이다. 하지만 DW 스타디움 근처는 가족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거나 유니폼을 입은 몇몇 팬들이 서성일 뿐, 평화롭기까지 보여 경기 전의 흥분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경기장내 분위기도 마찬가지. 경기 시작 30분전까지도 의자에 앉은 팬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선수들이 몸을 풀러 나올 때 다른 경기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환호성도 없었다. 오히려 원정 팀 응원석에 자리를 잡은 웨스트햄 팬들의 목소리가 더 높아 홈팀이 바뀐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경기 시작 시간이 다 돼서야 팬들이 밀려들었지만 빈 자리가 많았다.

위건은 우고 로다예가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기며 4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홈구장에서 1승4패로 열세에 놓였던 웨스트햄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으나 승리의 기쁨과 흥분은 선수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팬들은 여전히 차분했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까닭은 위건 지역에서는 축구보다 럭비가 인기스포츠이기 때문. 위건이 다른 팀들보다 늦은 1932년에 창단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위건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뿐 아니라 충성도가 높지 않아 보이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앞으로의 해결 과제다.

한편 위건의 조원희는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출전하지 못했다. 경기 종료 3분전 잠시 몸을 풀었지만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조원희는 경기 시작 전 패스 연습을 하면서 다른 선수들과 서로 밀고 장난치며 활짝 웃는 등 동료들과 한결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위건(영국)|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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