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말한다]김인식의2001년KS 4차전

입력 2009-10-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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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인식 감독. 스포츠동아DB

2회8점주고3회12점뽑고…‘기적의한판’상상도못했지 
“2회에 8점이나 주고 3회에 12점을 뽑아냈잖아. 그런 경기는 감독 생활 중에 없었고, 있을 수도 없지.”

올 시즌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일선에서 물러난 한화 김인식 고문. 그는 두산 감독 시절인 2001년 한국시리즈 4차전을 돌이켰다. 2승1패로 앞선 가운데 맞이한 잠실 4차전. 그야말로 ‘세상을 울린 기적의 한판’으로 회자된다.

두산은 1회말 우즈의 2점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았지만 2회초 한꺼번에 8점을 내주고 말았다. 2회말에 1점을 따라붙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운 듯했다.

“2회 8점을 주면서 4차전은 틀렸다고 느꼈어. 마운드도 지는 쪽으로 운영하려고 마음먹었고. 그런데 3회말에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어.”

두산은 3회에만 무려 12점을 뽑는 믿기지 않는 괴력을 발휘했다. 무사만루에서 안경현 밀어내기 볼넷, 홍성흔 좌중간 안타, 전상열 우전안타. 정수근 좌전안타, 장원진의 좌전안타….

“방망이에 정통으로 맞아도, 빗맞아도 줄줄이 안타였어. 삼성 투수들이 줄줄이 바뀌었는데도 말이야. 짜고 쳐도 그렇게 연속안타를 만들어낼까 싶어. 타구가 야수 사이만 빠져나가더라고. 나도 벤치에서 안타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을 뿐이었지. 허허.”

10-8로 역전에 성공한 뒤에도 1사만루에서 김동주의 만루홈런, 안경현의 백투백홈런이 이어졌다. 3회가 끝나자 스코어는 15-8. 결국 4차전을 18-11로 잡은 두산은 4승2패로 우승고지에 올랐다. 1992년 롯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를 석권한 팀이 됐다. 김인식 감독으로서는 1995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우승, 김응룡 감독으로서는 한국시리즈 9전승 무패신화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해 전력상으로는 삼성에 떨어졌지. 삼성은 이승엽에 마해영에다 마운드도 좋았고. 우리는 선발 10승 투수가 한명도 없었잖아. 구자운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던 걸로 기억해.

그해에 딴 팀에서 온 김호 홍원기 활약도 컸고. 포스트시즌은 한번 상승무드를 타면 그렇게 무서워지는 거야. 이번 준플레이오프도 그래. 롯데가 선발에서 우위라고 봤걸랑. 그런데 조정훈 빼고 다 무너지더라고. 예상을 깬 거지. 포스트시즌은 꼭 전력대로만 가는 게 아니야.”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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