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광현‘가을’보다눈부신우정

입력 2009-10-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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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투·타 간판의 아름다운 우정. 김현수(왼쪽)의 타구에 손등을 맞아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하는 김광현. 그러나 김현수에게 전화를 걸어 플레이오프 선전을 응원했다.스포츠동아 DB

“부상입혀미안,내년엔꼭붙자”“나는못뛰지만PO선전기대”
‘아름다운 우정’이다.

그라운드에서 만나면 ‘반드시 이겨야할 적’이지만, 그라운드 밖에선 유니폼을 떠나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지난해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며 SK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SK의 괴물 에이스 김광현(21)은 이번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다. 그는 8월 2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전에서 김현수의 직선타구에 손등을 맞아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재활을 거친 뒤 한 때 가을잔치 등판이 유력해보였지만 결국 뜻을 접었다. 김광현의 부상에 ‘가해자’ 역할을 했던 두산 김현수(21)의 마음이 가벼울 리 없다.

SK와의 플레이오프를 이틀 앞둔 5일, 김현수는 “어제 광현이한테 전화가 왔었다. ‘스피드가 나오지 않아 난 못 나간다’고 하면서 나보고 ‘이번에 못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더라”고 전했다. 말이 협박이지, 소속팀을 떠나 김현수에 대한 김광현의 진정한 마음이 듬뿍 담긴 말이었다.

둘은 스물한살 동갑내기이지만 1월 생인 김현수가 1년 선배다. 프로 입단도 2006년으로 1년 빠르다. 두 사람은 한국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투·타의 간판.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영광과 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 했다. 어느 선수보다 돈독하다.

김현수는 “어제 전화받고 마음이 찡했다. (부상을 입혔을 때) 한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아팠지만 이제 나도 (아픔을) 많이 털어냈다”고 밝힌 뒤 “올해 광현이와 포스트시즌에서 멋진 승부를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한다면 광현이가 이번 플레이오프에 나와 던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내년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내년에도 광현이가 제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나는 정말 큰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다. 부디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수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3차전에 이어 최종 5차전에서도 ‘마지막 병살타’를 때려 눈물을 흘렸다. 김광현이 김현수에게 “올해도 못하면…”이라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김현수는 “이번에도 내가 엑스맨이 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번 만큼은 다를 것”이라면서 “자신있게 내 스윙을 하면서 평소처럼 플레이오프에 임하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그의 자신감에는 친구이자 1년 후배인 김광현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김현수-김광현, 두 괴물의 아름다운 우정으로 올 가을잔치가 더 풍성해지고 있다.
잠실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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