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SK와이번스 대 기아타이거즈 경기가 19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렸다. SK정상호. 문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박경완과늘비교되는비운의안방마님KS 1,2차전홈런치고도마음의부담3차전글로버등완벽리드…0의행진2타점활약…‘포스트박경완시대’ 예고
SK 포수 정상호는 샬리에르에 비견된다. 아무리 잘해도 모차르트(박경완)를 능가할 수 없는 운명이어서다. 반대로 조금만 못하면 가차 없이 ‘대한민국 최고 포수’ 박경완과 비교된다. 그러나 박경완이 영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정상호의 시간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왔다. ‘난공불락’ 박경완이 6월24일 갑작스런 다리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뒤 주전 포수로 승격한 정상호는 전반기 7연승, 후반기 19연승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SK가 먼저 2연패에 빠지자 사람들은 ‘박경완이 있었더라면’을 되뇌었다. 이후 3연승, 정상호는 마지막 5차전에서 쐐기 홈런을 터뜨렸다. KIA와의 한국시리즈(KS). 또 먼저 2연패. 하필 KIA 포수 김상훈이 펄펄 날았다. 정상호는 1∼2차전 홈런을 쳐내고도 빛이 안 났다. 오히려 투수 리드와 주자 견제, 주루에 걸쳐 아쉬움만 남겼다.
오죽하면 SK 김성근 감독이 2차전 경기 도중 따로 불러서 야단을 쳤다. 대량 볼넷에 정상호의 인사이드 워크가 문제 있다고 지적한 것. 리드를 떠나 투수의 템포를 쓸 데 없이 지연시켜 리듬을 깼다고 봤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일, 3차전을 앞두고 또 조언을 했다.
학습효과는 바로 나타나 글로버, 이승호는 7회 1사까지 합작 노히트노런을 해냈다. 최대고비인 4회 2사 만루에선 파울 플라이를 넘어지며 잡아내는 행운도 따랐다.
타순의 키로 꼽힌 6번으로 나와 4타수 2안타에 1사구 2타점까지 올렸다. 김 감독의 분석대로 박경완이 앉았더라면 두산에 2연패까지 몰리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후 3연승은 어쨌거나 정상호가 해줬다. KS도 2연패 후 1승. 정상호가 해줘야 SK는 길이 있다. 대안은 없다. 현실이다.
3차전 전날인 18일 문학구장. 마침 재활중인 박경완이 김 감독 보는 앞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10∼15년 후 감독되면 잘할 거야”라고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어느덧 지도자 박경완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곧 ‘포스트 박경완’ 정상호의 시대의 도래와 연결된다. KS는 정상호와 SK의 미래를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SK 정상호= 포지션이 포수이기 때문에 공격보다는 수비가 항상 우선이다.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지만 열심히 수비를 한 끝에 부차적으로 따라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1, 2차전 패배를 되돌아보며 포수로 어떤 점이 부족했는가 반성도 하고 분석을 많이 해서 3차전에 임했다.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고 느껴져 다행이다.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