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의 프리미어리그 이야기]정몽준 부회장 아쉬운 퇴장 블라터에 ‘쓴소리’ 이젠 누가…

입력 2011-01-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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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지만 놀랍지는 않은 소식을 새해에 들었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6일 5선 도전에 실패했다. FIFA 안에서 커져가는 중동 세력에 떠밀려서 말이다. 사실 정 부회장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과 아시아축구연맹(AFC) 무함마드 빈 함맘 회장에게 골칫거리였다. 정 부회장은 블라터 회장에게 할 말은 하는 극히 드문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블라터 회장에게 대놓고 반기를 들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블라터 회장에 이은 차기 회장으로 꼽혔다.

최근 FIFA 내에서는 중동 세력이 오일 머니를 등에 업고 힘을 키우고 있었다. 정 부회장도 그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결국 정 부회장은 FIFA에서 축출됐다.

새 부회장으로 선출된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는 13개국으로 이뤄진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회장이다. 나이도 35세로 젊어 FIFA 집행위원들의 평균 연령보다 스무 살 정도 어리다. 후세인 왕자는 FIFA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FIFA의 가장 큰 문제인 부패에 대해 그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듯 나도 알고 있다.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FIFA에 들어오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명성과 배경이 있다”고 말했다. 후세인 왕자가 말한 명성이란 그의 가족이다. 그의 형인 파이살 왕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그의 누이 아야는 세계승마연맹 회장이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얻었다. 함맘 AFC 회장은 카타르 출신으로서 오랜 기간 블라터의 지지자였다. 함맘 회장은 정 부회장을 FIFA에서 내쫓기 위해 투표가 열린 카타르 도하에서 “경험 많은 정 회장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민주주의는 정 부회장 대신 후세인 왕자를 택했다”고 말했다.

함맘 회장 외에도 또 다른 중동 세력이 정 부회장의 축출에 힘을 보탰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인 아메드 알파하드 알사바 쿠웨이트 축구협회 회장. 그는 “후세인 왕자를 옹호한 25표가 FIFA 재선을 노리는 블라터 회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함맘 회장도 블라터 회장의 재선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블라터 회장과 알사바 회장, 함맘 회장이 뭉친 세력은 정 부회장을 몰아내기에 충분했다. 다른 집행위원들은 무엇을 했을까. 이들은 이를 알면서도 침묵했다. 감히 블라터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노여움을 사 그들의 특권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워했을 뿐이다.

투표는 끝났다. 새로 뽑힌 후세인 부회장에게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정 부회장의 반만이라도 할 말은 하는 부회장이 됐으면 좋겠다. 이제 FIFA의 부패와 독재에 맞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FIFA 위원들의 용기밖에 없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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