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한솥밥 먹게 된 전현직 ‘승부사’ 한화 한대화 감독-가르시아

입력 2011-06-18 03: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대화 : 4강 가자, 가르시아
가르시아 : 野王님 야망 돕겠다

전현직 승부사가 손을 맞잡았다. 한화 한대화 감독(왼쪽)은 카림 가르시아가 2경기 연속 만루홈런을 날린 16일 밤늦게 감독실에서 만나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 강한 타자다”라고 칭찬했다. 가르시아는 “감독님의 배려에 감사하다. 팀의 4강 진출에 힘을 싣는 승부사가 되겠다”라고 화답했다. 한화 이글스 제공

17일 현재 7경기에서 타율은 0.219(32타수 7안타)에 불과하다. 삼진은 7개나 당했다. 하지만 7안타 가운데 장타가 5개(만루홈런 2개, 3점 홈런 1개, 2루타 2개)다. 타점은 15점이나 된다. 기회에 강하다는 증거다. 10일 멕시코에서 돌아온 카림 가르시아(36)는 승부사다. 그는 롯데 시절 장거리포의 대명사였다. 2008년부터 3년간 타율은 0.266이지만 85홈런, 278타점을 기록했다.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 즉석에서 방망이를 부러뜨렸던 열혈남아다.

한화 한대화 감독(51)은 그런 가르시아를 복덩이라고 했다. “타율은 낮아도 저렇게 타점을 올리는 선수가 매력”이라는 거다. 한 감독 역시 현역 시절 승부사였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 일본과의 결승에서 2-2로 맞선 8회 역전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프로에선 15시즌 통산 타율 0.279에 163홈런, 712타점. 결정적인 순간에 강했던 한 감독은 “주자가 있을 때 더 집중이 잘됐다”고 말했다. 한솥밥을 먹게 된 전현직 승부사를 대전구장에서 만났다.


○ 닮은꼴 승부사

한 감독은 가르시아를 처음 만나 “조급할 필요 없다.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려라”고 말했다. 롯데에서 보여줬던 파이터 정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가르시아는 아직 시차 적응이 안돼 몸이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5, 16일 2경기 연속 만루포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17일에는 8-8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끝내기 3점 홈런을 쳤다. 3경기 연속 홈런에 3경기에서 11타점을 몰아친 것이다.

가르시아는 “한국이 그리웠다. 여기서 다시 홈런을 날려 행복하다. 앞으로 더 많은 홈런과 타점을 올려 승리를 책임지고 싶다”고 말했다.


○ “야왕님” “감독님”

가르시아는 한 감독에게 한국어로 또박또박 ‘감독님’ ‘야왕(野王)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야왕님이 야구를 편하게 할 수 있게 배려해준다”며 고마워했다. 야왕의 뜻을 아느냐고 묻자 “베이스볼 킹(야구왕)”이라며 웃었다.

한 감독은 “처음에는 야왕이라는 말이 쑥스러웠다”고 했다. 성적이 하위권인데 ‘약 올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팀을 잘 이끄는 리더란 뜻으로 고맙게 받아들였다. 시즌에 앞서 공언했던 ‘탈꼴찌’ ‘팀 승률 4할’은 지켰다. 가르시아를 앞세워 팀을 4강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야왕의 야심이다.

한 감독은 가르시아에게 “팀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가르시아는 “일주일 만에 동료들과 친구가 됐다. 류현진은 농담을 잘하고 장난도 심하다”고 했다. 두 승부사의 마음은 이미 하나가 돼 있었다.

대전=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