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부상은 불안과의 싸움…마인드 컨트롤이 중요”

입력 2014-04-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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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황선홍 감독은 부상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월드컵을 앞둔 후배들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황선홍 감독이 말하는 ‘부상의 추억’

1998년 부상 악몽…다 포기하고 싶었다
이후 훈련 때마다 불안…긍정적 생각만

50일 앞으로 다가온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각국 대표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에서 시즌 막바지 일정을 소화하면서 부상 방지와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드컵을 목전에 둔 상황에선 작은 부상도 자칫 최종엔트리 합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년을 기다려온 월드컵의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부상선수는 물론 해당 대표팀에도 이보다 더한 악몽은 없다.


● 황선홍 감독이 말하는 ‘악몽의 98년’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46) 감독은 1998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끔찍한 부상 악몽을 경험한 바 있다. 그는 멕시코와의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불과 11일 앞두고 치러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쳤다. 대표팀 간판 공격수였던 그의 공백은 너무 컸다. 대표팀은 본선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고작 2골을 넣는 데 그쳤고, 1무2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전 국민이 교체출전이라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았으나, 그는 끝까지 벤치를 지켰다. 황 감독은 “적어도 벨기에전(조별리그 최종전)은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범근 감독님도 ‘한 경기라도 뛸 수 있다면 데려가겠다’며 나를 엔트리에서 빼지 않았다. 하지만 진통제를 5∼6번 맞아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트레이너들이 매일 같이 붙어서 치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황 감독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는 “그 때는 월드컵에 나서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97년에 무릎 수술을 한 뒤에 오로지 월드컵만 바라보고 재활을 했는데, 코앞에 두고 다쳤으니 그 상실감은 엄청났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 불안·스트레스와의 싸움, “마인드 컨트롤 중요”

황선홍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선수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있다. 그는 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도 매순간 부상에 대한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 황 감독은 “히딩크 감독님이 대표팀에 오신 뒤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서야 대표팀에 들어갔다. 그 후로는 늘 나와의 싸움에 시달렸다. 훈련 때마다 부상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했다. 황 감독은 “운동을 안 할 때도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명상이나 산책을 하면서 긍정적 생각만 했다. 누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이라는 절실함도 그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황 감독은 “(2002월드컵이)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대회였기에 1분, 1초가 소중했다. 그 때도 무릎이 좋지 않아서 매번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 의무팀에도 ‘몸은 어찌되어도 좋으니 뛰게만 해달라’고 했다”며 절실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부상을 조심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몸을 사리면서 경기를 할 수는 없다. 평소 근력운동이나, 보조훈련을 많이 해서 부상을 방지하는 수밖에 없다. 심리적 안정도 중요하다. 의욕이 넘치거나 조절이 되지 않을 때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남은 기간 관리를 잘 해서 월드컵에 나서길 바란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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