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히딩크 감독 무릎 수술…한국 스포츠의학 세계가 인정

입력 2014-04-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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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감독. 스포츠동아DB

퇴행성 관절염에 美·유럽선 인공관절 권유
히딩크 감독 골프·테니스 못하게 될까 우려
송준섭 박사 집도 줄기세포 통한 치료 성공

과거 국내 스포츠의학자들이 답답하게 여긴 것이 있었다. 많은 부상 선수들이 수술과 재활 치료를 위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나 미국으로 떠나는 모습이었다. 부상 선수들 또한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막대한 의료비와 체류비를 감수하면서까지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면 표현은 못 해도 허탈했다. 그렇다고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고 해도 해외의료센터에선 ‘환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획기적 소식이 한 가지 전해졌다. 한국축구에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안겨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성공적인 무릎 수술이었다.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서울 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가 직접 집도했다. 1월 5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방한한 히딩크 감독은 오른쪽 무릎의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받았다. 본래부터 좋지 않았던 무릎은 노화와 체중증가로 인해 더욱 악화됐고, 오른쪽과 왼쪽 무릎의 근력에도 거의 50% 가까이 차이가 났다. 지난해 6월 처음 접촉을 시작한 뒤 10월 줄기세포를 통한 치료를 결정했고, 올 1월 방한 기간에 수술을 했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선 인공관절수술을 권했다. 그러나 이 경우 히딩크 감독은 더 이상 골프와 테니스 등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다행히 4시간에 걸친 수술 경과는 아주 좋았다. 무릎 뼈의 혹을 제거하기 위해 송 박사를 비롯한 국내 의료진이 망치질을 할 때 히딩크 감독은 그 장단에 맞춰 “대∼한민국”을 외치는 여유를 부렸다. 네덜란드에서 진행 중인 재활 경과를 낱낱이 전달받고 있는 송 박사는 “재활프로그램을 잘 이행한다. 조만간 다리를 절지 않는 히딩크 감독을 볼 수 있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3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네덜란드 빌렘 알렉산더르 국왕과 함께 한 오찬에서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서 줄기세포수술로 무릎관절염을 치료 받았다”며 국내 스포츠의학의 발전상을 직접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히딩크 감독은 2014브라질월드컵이 끝나면 네덜란드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벤치로 복귀한다. 한국 의술이 히딩크 감독의 현장 컴백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송 박사는 “히딩크 감독의 수술 성공보다 의미가 큰 것은 ‘다치면 무조건 해외’란 선수들의 인식 전환에 도움을 준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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