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나긴 하루였습니다.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 브라질까지 날아오는 데 꼬박 30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미국 LA에서의 항공기 급유시간,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를 거쳐 ‘홍명보호’가 베이스캠프를 차린 포스 도 이구아수까지 이동하는 데 필요한 경유시간을 모두 합치긴 했지만 늦은 밤 호텔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몸은 천근만근이군요. 이구아수 기준으로 서울과 12시간 시차에, 계절까지 정반대로 바뀌었으니 정신이 없네요.
사실 좁디좁은 비행기 한가운데 좌석이 선물한 피곤함은 충분히 이길 수 있었습니다. ‘월드컵 관전’을 목적 삼아 언제 또 이런 곳을 찾아올 수 있을까란 생각에 고단함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유럽과 함께 세계 축구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남미, 그것도 브라질이라니….
하지만 기대만큼 실망이 크다는 말은 정확히 들어맞았습니다. 월드컵 개최 반대시위부터 불안한 치안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말부터 끊이질 않고 이런저런 안 좋은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개막이 임박한 시기인 만큼 ‘축구 열기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남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는 상파울루의 과룰류스 국제공항 어디에서도 ‘월드컵 열기’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노란색과 녹색이 적절히 섞인 유니폼을 입고 한국-브라질 구간 항공편에 탑승한 몇몇 호주인들의 남다른 축구 사랑이 더 인상적이었죠. 브라질 사람들은 죄다 축구 유니폼을 입고 다닐 것 같았는데 말이죠. 이곳 공항에서 ‘브라질이 월드컵 개최국’이란 사실을 느끼게 한 장면이 있다면, 자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응원도구를 준비한 채 목청껏 소리를 질러댄 칠레와 코스타리카 팬들이었습니다.
물론 이구아수도 똑같았습니다. ‘잊을 수 없는 곳으로 어서 오십시오. 대한민국 파이팅!’ 조금은 단순해 보이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공항 청사 게이트 한편에 걸려있지 않았다면, 아마 64년 만에 다시 월드컵을 개최하는 나라의 요즘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다행히 월드컵 불씨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디어의 꾸준한 관심입니다. 출전국 프리미엄일까요? 한국이나 일본 등 비인기 월드컵 본선 출전국의 최근 평가전 시리즈까지 브라질 현지에서 생중계됐다고 하네요. 물론 한국-가나전도 TV 전파를 타고 브라질 전역에 중계됐고요.
요즘 결과와 내용 모두 조금 실망스러웠던 2차례 평가전(5월 28일 튀니지전·6월 10일 가나전)을 놓고 ‘한국축구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홍명보호’도 반전을 벼르고 있고요. 브라질월드컵의 분위기도 역시 반전이 가능할까요? 이래저래 지켜볼 ‘거리’가 참 많은 2014년의 브라질입니다.
브라질 이구아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