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의 사커 드림] 축구계 환골탈태, 시작은 일벌백계

입력 2016-05-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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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최강희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 2011년 5월 24일. 창원지검은 불법 스포츠도박 브로커로부터 ‘검은 돈’을 수수한 혐의로 K리그 현역 선수 2명을 체포했다. 그 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해당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도박에 참여해 돈을 챙겼을 뿐 아니라, 직접 승부조작에도 가담했다는 점이었다. 수사가 거듭될수록 연루자들은 늘어났고, 줄줄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 승부조작의 광풍 속에 그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등록·공시된 K리거 648명 중 10%에 가까운 50여명의 전·현직 선수들이 검찰에 기소됐다.


# 2016년 5월 24일. 전북현대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이 나란히 취재진 앞에 섰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소속 스카우트의 2013년 심판매수 사건에 대해 사과한 두 사람은 나란히 “책임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성난 ‘팬심’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회견에 앞서 “해당 스카우트 개인의 행동이었다”, “문제된 스카우트의 연봉이 1억원이 넘는다” 등 납득할 수 없는 해명으로 일관한 까닭에 여론은 이미 등을 돌린 뒤였다.

5년 전 승부조작이라는 철퇴를 맞아 휘청거렸던 한국프로축구가 이번에는 심판게이트로 다시 큰 혼돈 속에 빠졌다. 승부조작과 심판매수는 공정성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스포츠에서 리그의 존립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가장 큰 범죄행위다. 더욱이 지난해 말 경남FC에 이어 ‘리딩 클럽’을 자처하던 전북마저 심판매수 혐의를 받으면서 2011년의 승부조작과는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확히 5년의 시차를 두고 불거진 승부조작과 심판매수는 K리그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검찰 수사가 확대될지 아니면 현 상태에서 끝날지 예단할 순 없지만, 그와 상관없이 K리그는 이미 팬들의 신뢰를 잃었을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믿음도 깨졌다. 한 축구인은 “참담한 심정이다.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했다. 모 구단 관계자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고 절규했다.

이번 사건을 K리그 구성원들 모두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첫 걸음은 강력하고 합당한 징계에서 시작된다. 앞으로 열릴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결정은 한국축구의 앞날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심판매수 등 비위행위에 대해선 무거운 징계가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해 경남FC는 벌금 7000만원과 승점 10점 감점의 징계를 받았다. 전북의 심판매수 혐의에 대해선 철저한 진상규명을 바탕으로 모든 징계수위를 검토해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길 기대한다. 요즘 유행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광고 카피를 넘어서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 한다’는 간절한 자세가 지금의 한국축구에 필요하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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