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과학으로 분석한 KBO리그의 홈런

입력 2016-09-02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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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테임즈. 스포츠동아DB

그라운드를 수놓는 홈런 한 방은 흔히 ‘로켓’에 비유되기도 한다. 타자의 방망이 끝에서 출발한 빠른 타구가 마치 로켓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는 점에서 착안된 별칭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타자들이 쏘아올린 홈런 타구는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멀리 날아갈까.

스포츠동아는 지난 2년간 KBO리그 타자들이 때려낸 2733개의 홈런 타구(인사이드파크 홈런 제외)를 스포츠 기록통계 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분석 의뢰했다. 올 시즌 8월31일까지의 홈런 평균 비거리와 속도는 물론 아웃카운트와 이닝에 따른 양산 비율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여기에 지난해 홈런왕 박병호(30·미네소타)와 올 시즌 홈런 단독선두 에릭 테임즈(30·NC)를 놓고 두 타자의 홈런 비거리와 타구 속도, 발사각도를 비교 분석했다. 과연 홈런은 어떻게 나올까.



● 홈런? 초구와 3회를 노려라!

지난 2년간 KBO리그 타자들이 기록한 홈런 평균 비거리는 117.2m였다.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잠실구장을 놓고 비교할 수 있다. 잠실구장 펜스가 좌우 100m, 좌우중간 120m, 중앙 125m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타구는 좌우와 그 중간사이를 넘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타자들의 홈런 타구 스피드도 눈여겨봐야 한다. 갈수록 타자들의 기술과 힘이 발전함에 따라 타구 속도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홈런 평균 타구 스피드는 시속 157.2㎞였다. 현재 최고구속 150㎞를 넘기는 강속구 투수들이 몇 없는 상황에서 직구보다 빠른 타구들이 로켓포처럼 담장 밖을 향했다.

그렇다면 타자와 투수의 승부에서 홈런이 가장 많이 나왔던 볼카운트는 언제였을까. 결과는 투수가 던진 첫 번째 공이었다. 전체 홈런 2733개 중 18.3%가 볼카운트 0B-0S 초구에서 터져 나왔다. 본격적인 수싸움에 들어가기 전, 타자들이 마음먹고 방망이를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타자들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이라 짐작되는 3B-0S에서 가장 낮은 비율(0.4%)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볼넷 가능성이 높은 볼카운트라 타자가 공 1개를 기다리면서 홈런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시점 역시 예상을 빗나갔다. 팬들의 머릿속엔 경기 막판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이 강렬하게 남아있지만, 정작 홈런을 가장 많이 생산한 이닝은 3회(12.5%)였다. 보통 타순이 한 바퀴 돌고, 중심타자가 2번째 타석에서 들어설 가능성이 큰 이닝이 바로 3회라고 분석할 수 있다.



● 박병호, 테임즈보다 빠르고 멀리 날렸다

박병호와 테임즈, 두 홈런타자들의 비거리와 속도 대결에선 박병호가 웃었다. 지난해 53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평균 비거리 123.9m, 평균 시속 166㎞에 이르는 대포로 질적인 면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홈런 3위(47개)에 이어 올 시즌 홈런 선두(39개)를 달리는 테임즈는 지난해 비거리 119.7m, 시속 160.9㎞를 기록했다. 올 시즌 역시 비거리 119.7m와 시속 159.4㎞를 찍었다.

비거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발사각도는 두 타자 모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박병호는 지난해 평균 30.2도의 발사각으로 포물선을 그렸고, 테임즈는 이보다 0.2도 높은 30.4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평균이 28.2도였다는 점을 생각할 때 둘의 발사각도는 의미 있는 수치라 할 수 있다. 펜스를 넘기기 위해선 발사각을 30도 이상 맞춰야 유리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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