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몰락한 애리조나의 위안거리

입력 2016-09-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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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162경기를 펼치는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의 종착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6시즌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6개 디비전(지구) 가운데 가장 치열한 접전이 펼치질 곳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꼽았다. 3년 연속 디비전 우승을 차지한 LA 다저스, 2010년 이후 3차례 짝수 해에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적을 일궈낸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잭 그레인키를 영입한 애리조나 디백스의 치열한 3파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올 시즌도 다저스와 자이언츠의 2파전으로 페넌트레이스가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디백스는 선두 경쟁은커녕 서부지구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8일(한국시간)까지 62승86패(승률 0.419)를 기록 중인 디백스는 메이저리그 30개팀 가운데 미네소타 트윈스(55승94패·승률 0.369)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57승91패·승률 0.385)를 제외하고 전체승률 공동 26위에 머물러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에이스 잭 그레인키는 12승(7패)을 따냈지만 자신의 13년 경력 중 두 번째로 좋지 않은 방어율 4.42를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강타자 폴 골드슈미트도 짝수 해에 약한 징크스를 또 다시 재현했다. 2013년(36홈런)과 2015년(33홈런)에 총 69개의 홈런을 때린 것과는 달리 2010년 20홈런, 2012년 19홈런에 그쳤던 골드슈미트는 올 시즌에도 20개의 홈런에 머물고 있다. AJ 폴락은 시범경기 막판 오른쪽 팔꿈치에 골절상을 입고 8월 말에서야 복귀했지만 타격 감각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올 시즌에도 가을야구는 물 건너 갔지만 커리어 시즌을 찍은 신예 선수들의 눈부신 성장은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 하는 방울뱀 군단의 커다란 위안거리다.

애리조나 진 세구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애리조나 진 세구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아픔을 딛고 재기에 성공한 세구라

2014년 7월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의 진 세구라(26)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생후 9개월 된 아들 자니엘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당시 24세에 불과한 세구라는 2년여간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2013년 0.294였던 타율은 0.246로 추락했다. 201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타율 0.257에 출루율 0.281, 장타율 0.336에 그쳤다. 밀워키를 떠나 애리조나로 둥지를 옮기며 심기일전한 세구라는 올 시즌 타율 0.317로 내셔널리그 4위, 91득점으로 7위, 30도루로 4위를 달리며 리드오프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홈런도 생애 최다인 17개를 때렸고 57타점을 수확했다.

애리조나 제이크 램.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애리조나 제이크 램.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램과 토마스의 홈런파워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3루수 제이크 램(25)이 지난 2년간 쏘아 올린 홈런은 10개에 불과하다. 타점도 45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주전 3루수로 자리 잡으며 출전 기회를 보장받자 리그 정상급 왼손 파워히터로 변신했다. 올 시즌 타율은 0.256으로 높지 않지만 28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 내 최다인 88타점을 기록, 거포의 상징인 100타점 고지도 바라보고 있다.

2년차 쿠바산 거포 야스마니 토마스(25)도 완전히 메이저리그에 적응했다. 9홈런, 48타점에 그쳤던 루키 시즌(2015시즌)과는 달리 올해는 팀 내 최다인 29홈런을 뿜어내며 75타점을 기록 중이다. 골드슈미트-램-토마스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파워는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리조나 로비 레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애리조나 로비 레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차세대 삼진왕 레이

그레인키에 이어 2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셸비 밀러가 2승12패(방어율 6.90)의 참담한 성적을 낸 가운데 24세의 좌완투수 로비 레이가 8승(13패)으로 팀 내 다승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29경기에 선발로 나선 레이는 160.1이닝을 던져 방어율 4.55를 기록 중이다. 평범한 투수로 보이지만 레이는 탈삼진 202개로 내셔널리그 5위다. 9이닝당 삼진은 무려 11.34개나 된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그보다 9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많은 선수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호세 페르난데스(12.44개)가 유일하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11.15), 맥스 슈어저(11.06), 뉴욕 메츠의 노아 신더가드(10.60), 탬파베이 레이스의 크리스 아처(10.54), 뉴욕 양키스의 마이클 피네다(10.33),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매디슨 범가너(10.08) 등보다 탁월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주무기는 평균 시속 94.1마일(151㎞)에 달하는 빠른 직구와 85.1마일(137㎞)의 슬라이더. 커브와 체인지업도 던지지만 직구와 슬라이더에 거의 의존하는 투피치 투수다. 올 시즌 가장 많은 삼진을 뽑아냈던 경기는 8월2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으로 7회까지 13개의 ‘K’를 그려냈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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