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혹사 방지’ 위한 방안 절실한 한국농구

입력 2016-11-01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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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사진제공|WKBL

여자프로농구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형 신인 박지수(18·KB스타즈·195㎝)의 등장으로 큰 관심을 샀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에 입단한 박지수는 그러나 18세 이하(U-18) 대표팀에 차출돼 프로 데뷔전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U-18 여자농구대표팀은 13일부터 20일까지 태국에서 펼쳐질 U-18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10월 중순부터 춘천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박지수의 프로 데뷔가 늦춰지면서 농구계에선 ‘대표팀 중복 차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각급 대표팀의 중복 차출을 막기 위한 국제농구연맹(FIBA) 차원의 별도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농구에선 20~30년 전부터 대표팀 중복 차출이 빈번한 형편이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빅맨들의 대표팀 중복 차출은 당연시되고 있다.

축구에서도 국제축구연맹(FIFA) 차원의 대표팀 중복 차출 방지 규정은 없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선수의 혹사를 막기 위해 성인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 협의해 가급적 중복 차출을 피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아직 중복 차출에 대한 별도의 방침을 세우지 않고 있다. 농구협회 방열 회장은 1일 “(박)지수에게 과부하 우려가 따른다는 것은 알고 있다. 농구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서도 “한국농구는 남녀대표팀 모두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지수와 같은 연령대 선수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는 연령별 대표팀을 통해 치르는 국제대회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라도 부상에 장사는 없다. 2000년대 들어 한국농구가 배출한 대표적 빅맨 오세근(KGC·200㎝), 이승현(오리온·197㎝), 이종현(모비스·203㎝) 등은 대학 시절 내내 성인대표팀, 대학선발팀, 연령별 대표팀, 소속팀을 오가는 강행군을 거듭했다. 두 집, 세 집 살림이 다반사였다. 이 같은 대학 시절의 혹사로 인해 프로에서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채 부상 후유증에 시달린 사례가 적지 않다. 프로 데뷔 직후부터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사는 오세근이 대표적이다. 또 올해 남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이종현도 대학 시절의 혹사로 피로골절부상에 시달리면서 아직 프로 데뷔전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되어온 박지수도 이미 고질적인 발목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단기간의 성과를 위한 강행군에 한국농구의 기대주들은 골병을 앓고 있다. 선수 혹사를 막기 위한 대표팀 관리 방안이 절실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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