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용병 삼총사’의 더블 향한 ‘봉동 결의’

입력 2016-11-02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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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레오나르도-로페즈-김신욱(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브라질 듀오 레오나르도-로페즈, ‘몽골리안’ 김신욱
봉동 클럽하우스서 ‘팀 슬럼프 탈출 앞장’ 의기투합
“K리그 클래식·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견인” 다짐


이상하리만치 풀리지 않았다. 결과도, 내용도 좋지 않아 걱정이 컸다. 항상 쫓기는 듯했고, 조급함이 드러났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의 요즘이 그랬다. 지난달 성남FC를 홈에서 1-0으로 이긴 뒤 승수를 쌓지 못했다. 클래식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에 그쳤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선 FC서울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4경기 연속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올 시즌 개막 후 클래식에서 33경기 무패가도(18승15무)를 달리며 단독 선두를 질주해온 전북은 2013년 소속 스카우트와 심판들의 금전 거래를 이유로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승점 9를 감점당한 뒤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9점은 2위 서울과의 맞대결에서 3전승을 거두며 쌓은 격차였다. 누구도 표현하지 못했을 뿐 그 상실감은 지독히 컸다.

그래도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는 법이다. 지난 주말 전남 드래곤즈와의 클래식 3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북은 특유의 ‘승리 DNA’를 되찾았다. 5-0 완승의 중심에는 ‘용병 3총사’가 있었다. 중원의 좌우 측면에서 상대를 휘젓는 브라질 콤비 레오나르도(30)와 로페즈(26), 그리고 팀 동료들로부터 ‘몽골리안’이란 닉네임을 얻은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28)이다. 레오나르도와 로페즈는 각각 어시스트 3개와 해트트릭을 성공시켰고, 김신욱도 골 맛을 봤다.

선수단이 왠지 모를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이들 3총사는 전북 완주군 봉동에 자리 잡은 클럽하우스에서 결의를 다졌다. 3명은 풀 트레이닝 때는 물론 훈련 이후의 시간에도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원정길에서도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지금은 우리 3명이 해결해야 한다. 모두가 지쳐있다. 우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과 주변공간을 잘 활용하자!”(김신욱)

“네가 볼을 전방에서 연결만 해주면 주변에서의 공간은 내가 책임질 수 있다. 일단 볼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간수해주고 확실히 흘려만 줘.”(레오나르도)

“2선에서 공간이 더 열릴 거야. 아무래도 우리가 끊임없이 두드리면 뒤로 물러서겠지. 이 때가 기회라고 봐. 정확히 크로스를 올려주고 우리 움직임을 확인해!”(로페즈)

결국 통했다. 전남전 후반 4골을 책임진 3총사의 릴레이 화력 쇼는 전부 ‘봉동 결의’ 당시 이들이 약속한 장면이었다. 적어도 1~2골은 합작하자며 서로를 격려했는데, 그 이상의 성과가 나왔다. 제대로 시동을 건 ‘녹색 용병 3총사’가 K리그 클래식과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향해 마지막 스퍼트에 나선 전북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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