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의 남모르는 버스 고민

입력 2016-11-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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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손해보험 우드리스가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KB손해보험 배구단 인스타그램

배구 선수들이 타는 버스는 어떻게 생겼을까?

일반인에 비해 배구 선수들은 키와 몸집이 훨씬 크다. 또 원정경기가 잦아서 야밤에 버스를 타고 이동할 일이 많다. 일반인에게 우등 고속버스는 쾌적하겠지만 배구 선수들은 다리를 펴기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배구단은 리무진버스를 구입하면 바로 개조에 들어간다. 그러나 현행법상, 설계 변경에 한계가 많다고 한다.

KB손해보험은 “처음에는 좌석을 다 떼어내고, 지그재그 형태로 의자를 새로 배열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일반 버스의 복도석에 일부 좌석을 배치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상, 허가가 되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좌석의 회전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일부 선수가 옆으로 좌석을 돌리면 다리를 쭉 펴고 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도로교통법 상, 어려웠다. 버스가 회전을 하다가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릴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선수들에게 공간을 확보해주고 싶었던 KB손해보험은 2층 버스 아이디어까지 꺼냈다. 이러면 법을 어기지 않고도 넉넉하게 공간이 발생하고, 홍보 효과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2층 버스는 터널을 통과할 수 없는 치명적 약점을 극복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배구 선수들이 타는 것이라면, 서울시의 지붕 없는 관광용 2층 버스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고 천장도 있어야 한다.

결국 KB손해보험은 법 테두리 안에서 버스를 리모델링했다. 합법적 틀 안에서 이런 작업만 전문으로 해주는 업체에 의뢰를 했다. 좌석 일부를 없애 약간씩 공간을 넓혔다. KB손해보험은 경북 구미가 홈 코트다. 그런데 숙소와 체육관은 수원에 있다. 경기 때만 구미에 가니 홈경기도 사실상 원정경기나 마찬가지인 셈.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은근히 많다. 그래서 KB손해보험 프런트는 선수단이 이동이라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KB손해보험의 노력이 빛을 보는 날이 언제 올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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