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 이대호가 몰고 올 5가지 효과

입력 2017-01-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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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이대호(35)가 고민 끝에 롯데행을 택하며 선수생활 마지막 페이지를 고향 팬들과 함께하게 됐다. 햇수로 6년만의 귀환이다. 이대호는 2011시즌을 끝으로 롯데를 떠나 일본과 미국을 오갔다. 일본시리즈 MVP(2015년)의 영광과 메이저리그 진출(2016년)의 꿈을 모두 이뤄낸 이대호. 5년간의 외도를 끝내고 다시 찾은 곳은 결국 고향 부산이었다. 복귀가 확정된 만큼 세간의 관심은 그가 몰고 올 파급력에 쏠리고 있다. 과연 ‘대호(大虎)’의 귀환은 KBO리그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게 될까.

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 부산이 들썩인다…KBO리그도 출렁인다

가장 큰 파도가 치는 곳은 역시 ‘구도(球都)’ 부산이다. 부산 팬들에게 이대호란 존재는 선수 한 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대호는 2001년 롯데에서 데뷔한 뒤 11년간 팀을 상징하는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그의 호쾌한 스윙에 이은 대형 포물선은 부산 팬들에겐 늘 최고의 선물이었다. 홈인 사직구장을 ‘사직 노래방’으로 만든 주인공도 이대호였다.

그러나 이대호가 떠난 사직구장은 예전의 열기를 되찾지 못했다. 최근 들어 팀 성적이 고전을 면치 못하며 부산 민심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대호가 6년 만에 돌아온 만큼 사직을 잠시 떠났던 팬들은 그를 보기 위해 다시 야구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사직 노래방이 만원관중과 함께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대호 효과’는 롯데가 가장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다. 그가 떠난 뒤로 여러 4번타자 후보들이 다퉜지만, 공백을 메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호가 합류함으로써 중심타선은 물론 팀 전체 분위기가 바뀌는 계기가 마련됐다. 최근엔 ‘클럽하우스 리더’가 없다는 비판도 있던 터라 보스의 귀환은 더욱 반갑다.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한 패배의식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기대된다. 롯데로선 이대호를 축으로 내심 5강 진입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마운드만 안정을 찾는다면 5년만의 가을야구도 허황된 꿈은 아니다.

파급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대호의 복귀로 KBO리그 전체판도까지 출렁일 수 있다는 예상이 야구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흥미를 끄는 포인트는 홈런왕 구도다. 한국에서 두 차례(2006년, 2010년) 홈런왕에 올랐던 이대호는 국내타자들인 최형우(KIA)와 최정(SK) 그리고 외국인거포들과 각축을 벌이게 된다. 박병호(미네소타)와 에릭 테임즈(밀워키)의 이탈로 다소 맥이 빠졌던 홈런 레이스는 올 시즌 다시금 불을 지필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1982년생 이대호의 한국행은 또 다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야구계에서 1982년생은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들을 일컫는다. 이대호와 추신수(텍사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정근우, 김태균(이상 한화) 등 프로야구 원년에 태어난 이들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을 주름잡는 스타로 성장했다. 이제 이들 모두 30대 후반에 접어든 만큼 관심은 동기생들이 언제쯤 다함께 모이느냐에 쏠린다. 우선 이대호가 가장 먼저 귀국행 티켓을 끊은 만큼 앞으로 이들이 재회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 4년 150억원…FA 시장 기준도 바꿨다!

이대호가 몰고 온 효과는 그라운드 안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대호가 롯데와 맺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조건은 4년 총액 150억원이다. 이는 18년 FA 시장 역사상 최대규모다. 이대호는 최형우가 불과 두 달 전에 세웠던 신기록(4년 100억원)을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FA 100억원 시대가 150억원으로 부푼 만큼 앞으로의 기준에도 변동이 불가피하다. 쉽게 말해 특급선수가 제시할 잣대가 100억원을 넘긴 셈이다.

이는 비단 국내 FA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 유턴파 선수들의 눈높이도 한층 올라갈 전망이다.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출중한 성적을 거둔 뒤 한국으로 돌아올 때 계약 조건은 이대호를 잣대로 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 에이전트들이 이번 계약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왕의 귀환, 그 파도의 끝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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