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진기. 스포츠동아DB

SK 정진기.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SK 타선은 외국인타자 없이도 강하다. 이름값을 떠나 선수들을 기용하는 외국인감독이 온 효과는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매 경기 새로운 스타가 나오는 ‘선순환’이 이뤄지며 SK는 개막 6연패의 부진을 딛고 순항 중이다.

28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우투좌타 외야수 정진기(25)의 활약이 빛났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입단한 정진기는 1군에서 3년간 24경기 출장에 그친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2013시즌 이후 상무에 지원했다 탈락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소집해제 후 처음 복귀한 팀, 정진기에겐 힐만 감독의 부임이 하나의 기회가 됐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를 시작으로 올해 스프링캠프를 완주하며, 힐만 감독의 눈에 들었고 개막 엔트리에도 입성했다. 입대 전 1군에서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정진기지만, 힐만 감독은 선입견 없이 오직 자신이 본 선수의 능력만을 믿었다.

정진기는 확실한 주전이 아니다. 올 시즌 팀이 치른 24경기 중 20경기에 나섰지만, 선발출장은 8경기에 불과하다. 최근 베테랑 주전 김강민의 부상 공백이 생겼지만, 아직 출장기회는 제한적이다.

SK 정진기.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정진기. 사진제공|SK 와이번스


그러나 정진기는 점점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테이블세터로 주로 나서는 그는 15일 대전 한화전에선 5번 타순에 배치돼 처음 중심타선을 경험하기도 했다. 28일 삼성전에는 처음으로 9번 타순에 배치돼 상위타선으로 찬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11일 문학 롯데전에서 나온 데뷔 첫 홈런 이후 17일 만에 결승 2점홈런으로 팀을 2연패에서 탈출시켰다.

정진기는 0-1로 뒤진 2회초 2사 1·2루서 중전 적시타를 날리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1사 1·2루서 이대수가 투구를 몸에 맞았지만 1루심의 스윙 판정으로 삼진을 당한 데 격분해 항의하다 퇴장당한 직후 나온 귀중한 적시타였다. 이후 SK는 나주환의 만루홈런까지 터지며 5-1로 도망가는 데 성공했다.

5-5로 맞선 8회에는 결승 투런포까지 터뜨렸다. 1사 1루서 상대 5번째 투수 장필준의 초구 바깥쪽 직구를 받아쳐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가장 먼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호쾌한 장타를 날렸다. 자신의 통산 2호 홈런. SK의 7-5 승리. 팀의 2연패를 끊고, 삼성을 8연패에 몰아넣는 한 방이었다.

경기 후 정진기는 “특별히 노리는 구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동점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자를 진루시킨다는 생각으로 스윙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첫 홈런을 쳤을 때는 팀이 져서 조금 아쉬웠는데 오늘 홈런으로 팀이 이길 수 있어서 뿌듯했다”며 활짝 웃었다.

대구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