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박세웅. 스포츠동아DB
‘무쇠팔’ 에이스의 재림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투구수가 이미 100개를 훌쩍 넘긴 상황. 굵은 비까지 쏟아졌다. 4-0으로 앞선 7회말. 이미 승리투수 자격이 된 상태다. 이기적인 투수라면 계속 덕아웃을 바라보며 지친기색을 드러냈겠지만 미래, 아니 현재의 에이스는 달랐다.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손에 공을 꼭 쥐고 놓지 않았다. 결국 117개의 공을 던진 후에야 선발 임무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롯데 팬들이 왜 박세웅(22)을 에이스라 부르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이는 순간이었다.
박세웅은 25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등판해 6.2이닝 7안타 4삼진 2볼넷 2실점으로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20일 수원 kt전 6이닝 투구 이후 5일 만에 등판이었지만 경기 초반부터 거침이 없었다. 포심패스트볼은 최고 시속 148km를 찍었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위력이 더해지고 있는 포크볼은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뚝뚝 떨어졌다. 슬라이더는 최고 시속 140km로 예리했다.
박세웅은 0-0으로 맞선 4회말 위기를 맞았다. 박건우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해 2사2루 상황에서 양의지와 민병헌에게 연속해서 몸쪽 높은 공으로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모두 큰 고통을 호소해 연이어 대주자와 교체됐다. 2사 만루 상황. 아직 20대 초반인 박세웅에게 심리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침착하게 오재일을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시켰다. 팀의 주축 타자 두 명이 사구로 교체돼 두산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지기도 했지만 박세웅은 이닝이 끝난 직후 두산 덕아웃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표했다.
박세웅은 이미 투구수가 100개가 넘은 7회말에도 2사후 안타를 허용한 직후 마운드에 오른 김원형 투수코치에게 이닝을 끝까지 마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오재원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아 교체됐지만 에이스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박세웅은 이날 역투로 시즌 9승에 올랐다. 방어율은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2.28을 기록하며 리그 최정상급을 유지하고 있다. 20일부터 25일까지 수원~잠실로 이어진 원정 6연전에서 홀로 2승을 거두며 진정한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박세웅은 롯데 팬들로부터 부산야구의 상징 고(故) 최동원(전 한화 2군 감독)의 후계자가 돼 줄 것으로 기대가 크다. 아직 전설적인 무쇠팔 투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오를 곳이 많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책임감만큼은 안경을 쓴 외모만큼이나 닮아보였다.
롯데 박세웅은 경기 후 “오늘 팀이 이기고 진 것보다 상대 팀 두 선수가 몸에 맞는 공으로 빠지게 돼 걱정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큰 부상이 아니고 빨리 그라운드에 복귀하기만을 바란다”고만 짧게 말하며 양의지, 민병헌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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