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오간도 사인 착각이 부른 화

입력 2017-09-07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화 오간도. 스포츠동아DB

현역 시절 수비 능력이 뛰어난 포수였던 NC 김경문 감독은 “OB에서 뛸 때 (같은 포지션이었던) 조범현 감독과 나는 종종 선배 투수들이 원하는 날 사인 없는 경기를 하기도 했다. 포구라기보다는 어떻게든 공을 잡기 위해 집중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 보면 어떻게 했는지…”라고 회상한 적이 있다. 30여 년 전 이야기다. 당시 투수들은 강속구 보다는 정교한 제구를 강점으로 가진 유형이 많았다. 구사하는 변화구도 훨씬 적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고의 수비 실력을 인정받은 두 포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두산-한화전에서는 포수와 투수의 사인 착각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 나왔다. 1회초 2사 1루 두산의 공격. 한화 선발 알렉시 오간도는 타석에 있던 닉 에반스를 상대로 초구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한화 포수 최재훈은 매우 당황한 듯한 동작으로 미트 위치를 바꿔 가까스로 공을 받았다. 최재훈은 엄지손가락에 큰 통증이 있었지만 3회 수비까지 참고 버티다 결국 교체됐다. 속사정이 있었다. 최재훈은 당시 슬라이더 사인을 냈다. 그러나 오간도는 포심 사인으로 착각했고 강속구를 던졌다. 슬라이더 궤적을 예상하고 있던 최재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아오는 빠른 공을 잡다 손가락에 타박상을 입었다. 결국 6일 두산전에도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오간도는 최재훈의 부상에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굳은 표정으로 한 참 동안 “모두 내 잘못이다”고 사과했다.

오간도와 최재훈의 사인미스장면. 사진|KBSN SPORTS 캡쳐


투수가 사인을 착각할 경우 하이 패스트볼은 구심을 직격할 수 있다. 그만큼 위험하다. 포수들은 사인 노출을 막기 위해 손가락을 두 번 연속해서 펴서 더한 합으로 구종 사인을 내기도 한다. 위험한 사인 착각이 종종 나오는 이유다.

대전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