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손 안에 있소이다!…신태용호 오늘 오후 8시 세르비아전

입력 2017-11-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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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빨라졌다. 그리고 촘촘해졌다. 그간 중요시했던 점유율 축구에서 과감히 벗어나 압박과 속도를 택했다. 덕분에 손흥민을 필두로 한 공격진이 살아나며 골 가뭄을 단번에 해결했다. 남은 과제는 현재의 리듬을 14일 세르비아전에서 그대로 이어가는 일이다. 스포츠동아DB

■ 토털사커로 2연승 Go

콜롬비아전 22m 공수라인 간격 유지하며 속도전
4-4-2 성공적인 압박…대표팀 플랜A로 증명해야


22m의 기적과 전격 속도전. 달라진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을 설명하는 키워드 2개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 평가전에서 토털 사커의 위력을 보여줬다.

최종 스코어 2-1의 결과도 훌륭했지만 내용은 훨씬 알찼다. 모두가 공격수였고, 또 수비수 역할을 하는 토털 사커로 희망을 부풀렸다. 이전에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 4-4-2 포메이션을 선택한 대표팀은 라인을 바짝 끌어올렸다. 최전선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해 상대의 맥을 끊어놓겠다는 의지였다.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의 간격은 타이트했다. 스포츠기록 분석전문 업체 비주얼스포츠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태극전사들의 공수라인 간격은 22m에 불과했다. 33m의 콜롬비아와는 공간 압축능력에서 큰 차이가 났다.

10일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콜롬비아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대한민국 이재성이 콜롬비아 수비수의 태클에 넘어지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 수 위의 개인기량으로 콜롬비아가 돌파를 했을 때 등 어쩔 수 없이 라인이 흐트러지는 경우도 있었으나 거의 일정한 22m 간격을 유지하며 상대가 빠져나갈 공간을 막아버렸다. 공이 가야할 길을 잃어버린 콜롬비아가 백패스와 횡 패스로 일관하면서 허둥지둥 했던 이유다.

협업도 훌륭했다. 주변에 볼을 가진 상대가 보이면 곧바로 달려들어 최소 2명 혹은 3명 이상이 상대를 에워싸는 장면이 많았다. 플랫 4-4-2 포매이션의 성공적인 압박으로 만들어낸 22m의 기적은 속도전으로 이어졌다.

좁은 공간에서 압박을 통해 볼을 가로채면 지체 없이 전진했다. 거의 전원이 공격으로 플레이를 전환했다. 활발한 포지션 체인지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고, 김진수-최철순(이상 전북현대)의 좌우 풀백이 빠르게 측면 공간을 침투하며 정확한 크로스를 배달하자 콜롬비아가 당황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전차군단의 속도전이 연상되는 플레이였었다. 콜롬비아의 호세 페케르만 감독은 “한국의 스피드에 애를 먹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스피드를 살린 빠른 공수전환의 영향으로 볼 점유율은 낮아졌다. 빠른 리듬을 살리기 위해서는 볼을 소유한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유난히 ‘점유율’을 강조했으나 실효성은 없었다.

10일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콜롬비아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대한민국 손흥민이 전반 10분 선취골을 넣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대표팀이 부진할 많은 원로 축구인과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부분도 바로 한국 축구의 장점 가운데 하나였던 스피드의 상실이었다.

이젠 달라졌다. 우리 대표팀은 점유율을 버리고 스피드를 선택했다. “무의미하게 볼을 갖고 있으면 오히려 역습 위기를 자주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라고 대표팀 스태프는 말한다.

큰 그림은 그려졌다. 플랫 4-4-2와 속도전이 대표팀의 플랜A가 될지 B·C로 삼을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신 감독은 14일 오후 8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릴 세르비아 평가전에서도 다시 한 번 효능을 점검한다.

신 감독은 “골격은 거의 유지한다. 명단에도 많은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남미축구와는 달리 유럽, 특히 신체조건이 남다른 동유럽권과 맞설 때의 대응은 달라져야겠지만 ‘한국식 토털사커’의 가능성은 확인했다. 주전 일부를 돌려보내며 여유를 부린 세르비아를 상대로 기대가 크다.

울산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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