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지환, ‘ATL과 이면계약 존재하지 않는다’

입력 2017-11-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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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환(오른쪽)이 지난 9월 애틀랜타와 계약 직후 홈구장 선트러스트 파크에서 필라델피아 김현수와 함께 찍은 사진.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은 장밋빛으로 보였지만 배지환은 계약금도 받지 못했고, 결국 그와 애틀랜타와의 계약은 무효가 됐다. 사진 | 애틀랜타 구단 트위터

애틀랜타와 30만 달러 외 이면계약서 없어
ML사무국 발표 ‘애틀랜타 12명’ 명단에도 제외
아직 30만 달러 계약금도 받지 못해


촉망받는 유망주로 국내 여러 프로 구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미국 도전에 나섰던 배지환(18·경북고)이 곤경에 빠졌다. 최근 애틀랜타와의 계약이 무효로 결정되면서 당장 새롭게 둥지를 물색해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류현진(LA 다저스)처럼 국내 프로야구에서 명성을 떨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과 달리, 아마추어 신분으로서 태평양을 건넌다는 것은 이처럼 위험부담이 따르는 게 현실. 미국 도전은 달콤한 유혹이지만, 실패 가능성이 더 높은 ‘위험한 도박’일 수도 있다.

한국인 출신 ‘메이저리그 타자 1호’ 최희섭 현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2002년 메이저리그에 처음 올라 한 달 동안 받은 월급이 마이너리그에서 4년 동안 뛰며 받은 연봉과 비슷했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이처럼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크다. 비록 마이너리그라도 계약금을 많이 주는 건 그만큼 마이너리그 생활이 고되기 때문이다”고 추억했다.

1994년 박찬호를 시작으로 총 66명이 메이저리그의 꿈에 도전하며 미국으로 향했다. 박찬호는 물론이고 최희섭, 추신수(텍사스)처럼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빅리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이 야구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실패를 맛봤다.

더욱이 2012년 류현진이 KBO출신 빅리그 직행 문을 개척하며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미국 야구 도전에는 무모함이라는 냉정한 시선이 뒤따른다. 애틀랜타와 계약이 무산된 배지환처럼 규정, 법률 등 모든 것은 낯설고 예측이 어렵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교야구 선수들은 꿈을 위해 미국행을 결심하고 있다. 에이전트의 달콤한 유혹에는 힘겹고 서러운 고행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말이다.

스포츠동아는 KBO출신이 아니기에 스포트라이트도 없이 마이너리그에서 힘겨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유망주들의 오늘과 함께 빅리거의 꿈을 이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최지만과의 인터뷰, 그리고 계약자체가 무산된 배지환의 진실을 함께 추적했다.

배지환. 사진제공|WBSC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계약금 30만 달러를 제외한 추가 금액을 보장하는 애틀랜타와 배지환(18·경북고)의 이면계약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2일(한국시간) “애틀랜타가 2015년 국외 아마추어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상한액을 초과했고, 이에 따라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간 선수 1인당 계약금 30만 달러를 초과할 수 없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애틀랜타 구단은 후속 조치로 엄중한 징계를 받았고, 결국 올해 계약한 국외 선수 12명과의 계약은 모두 취소가 됐다.

또 12명 이외에도 올해 애틀랜타가 맺은 모든 국외 계약이 무효화 됐기 때문에 배지환 역시 애틀랜타 입단은 없던 일이 됐다. 이 발표와 함께 배지환이 애틀랜타와 합의한 30만 달러 계약 외에 추가 이면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이어졌다. 그러나 배지환과 애틀랜타는 현재 무효가 된 계약금 30만 달러 입단 합의 외에는 어떠한 계약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아직 계약금 30만 달러도 받지 않은 상태로 계약의 실효성도 없는 상태로 확인됐다.

배지환과 매우 가까운 아마추어 야구 관계자는 23일, “사실 애틀랜타 외에 배지환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더 있었다. 그러나 배지환 부모는 금액 보다는 구단에서 얼마만큼 높은 관심을 보이느냐에 더 초점을 뒀다. 주위로부터 ‘미국은 구단 경영진의 깊은 관심이 곧 기회로 이어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애틀랜타는 배지환 부모에게 ‘30만 달러 이상 계약금을 줄 수 없지만 배지환이 미국에서 편안하게 야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부분을 강조해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면계약 부분에 대해서는 “배지환 가족들이 30만 달러 계약서 외에는 그 어떤 문서나 합의서에 사인한 적이 없다. 단, 배지환 스스로 해외진출로 모교에 유소년 발전지원금이 중단되는 것에 대해 깊이 미안한 마음을 표현해 (애틀랜타 측과) 향후 장학금 등 학교 지원에 대해 의논하자는 구두 합의는 있었다”고 부연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애틀랜타 징계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12명 명단에도 배지환은 존재하지 않는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도 조사 발표에서 “아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애틀랜타와 배지환의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지환은 올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선정한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로 뛰어난 타격 및 수비 능력을 갖춘 내야수다. 청소년대표팀에서도 유격수로 맹활약했다.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후보였지만 선수 본인의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가 높았고 애틀랜타가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보여 입단에 합의했다.

애틀랜타 홈구장 선트러스트 파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특히 애틀랜타와 계약에 합의한 직후 지난 9월 11일 열린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자신을 지명해 큰 손해를 보는 구단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전화로 이 소식을 서둘러 알리기도 했다.

배지환은 애틀랜타와의 계약이 무효가 되면서 현재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과 입단 협상을 할 수 있는 신분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빅리그 구단은 해외선수 영입 예산을 엄격히 통제하는 상한액이 있어 현 시점에서 타 팀과 새로운 계약을 맺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내무대로 돌아오는 방법은 없을까. KBO리그 입단에는 KBO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 만약 KBO가 애틀랜타와 계약무효를 인정하면 규정상 육성선수로 현재 국내 10개 구단 어느 곳이나 입단할 수 있다. 반대로 해외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은 선수로 판단하면 돌아온다고 뜻을 정하더라도 2018~2019년, 2년간 KBO리그 팀에서 뛸 수 없다. KBO는 “전례가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KBO규약 제107조는 ‘외국프로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외국프로구단과 선수계약이 종료한 날로부터 2년간 KBO소속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지환의 경우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의해 계약이 무효화 됐기 때문에 KBO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핵심이다.

2011년 고교 2학년 때 신분조회 없이 볼티모어와 계약했다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승인이 되지 않았던 김성민(넥센)은 대한야구협회로부터 영구제명 중징계를 받았지만 계약이 실제 맺어지지 않은 것으로 해석돼 ‘KBO리그 입단 2년 유예’ 대상자는 아니었다.

배지환은 올해 열린 KBO 드래프트 대상자였기 때문에 계약무효가 인정되면 각 구단이 최대 5명까지 등록할 수 있는 육성선수로 입단이 가능하다. 육성선수는 내년 5월 1일 이후 소속 선수로 등록될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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