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현지서 체험한 베트남 축구 열기…택시·식당서도 “박항서 넘버원”

입력 2018-02-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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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린 1월 27일 베트남 호치민 시내는 베트남 U-23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한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사진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몇몇 식당은 한국인에게만 특별할인도
박 감독 ‘축구외교의 힘’ 호치민서 실감

모처럼의 휴가를 내고 해외여행길에 올랐다. 행선지는 베트남 호치민. 영하10도를 넘나드는 우리나라의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에서 편하게 걷는 여유를 누리고 싶어서 선택한 여행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베트남은 나의 여행일정 내내 축구 열기로 뜨거웠다.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1월 27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1-2로 패했지만 베트남 축구 역사상 AFC주관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베트남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과 덕분에 U-23대표팀을 이끈 박항서(59) 감독은 ‘국민 영웅’이 됐다.

기자가 여행코스로 선택한 호치민 시내 곳곳마다 축구 이야기였다.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길에 만난 택시기사부터 식당, 마사지 샵까지 ‘어디에서 왔느냐’는 말에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면 자연스럽게 ‘박항서! NO.1’이라며 반겼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결승전이 열린 27일은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호치민 시내에는 오토바이 클랙슨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 소음이 장난이 아니었다. 1분도 끊기지 않았다. 호치민 광장, 호치민 타임스퀘어, 벤탄시장 주변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거의 오토바이 주차장이었고 베트남 국기가 휘날렸다.

밀물처럼 몰려드는 오토바이 탓에 도로는 정체가 심했다. 택시는 아예 탈 수 없을 정도였다. 2002년 기자가 대학생으로 겪었던 한일월드컵의 뜨거운 열기를 15년 만에 이곳 베트남에서 체육기자로서 다시 느낄 줄을 상상도 못했다. 여행기간 동안 머물렀던 호치민 시는 2002년의 서울 시내 분위기와 다름없었다. 길을 걸어가면 호치민 시민 가운데 “Are You Korean?”이라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면 대뜸 ‘박항서!’라며 하이파이브를 함께 나누기도 했다.

베트남 박항서 감독. 사진제공|AFC


심지어 몇몇 식당은 한국인들에게만 특별 할인을 해주는 곳도 있었다.

베트남 U-23대표팀은 결승전 직후인 1월 28일 귀국했는데, 그날 베트남 TV는 온통 U-23대표팀의 귀국 소식으로 가득했다. 호치민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는 “이번 U-23대표팀 선수들은 14∼15세 때부터 함께해온 베트남의 ‘황금세대’인데 박항서 감독을 만나 최고의 성과를 냈다. 대회가 펼쳐지는 내내 베트남은 축제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지금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통일전쟁 때 아픈 상처를 준 나라가 아니라 기쁨을 안긴 고마운 나라다. 수십년 동안 어느 외교관도 못할 일을 박항서 감독이 해냈다. 스포츠의 힘은 이래서 무섭다. 베트남에서 새삼 이를 실감했다.

호치민(베트남)|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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