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평창동계올림픽 썰매 종목 경기가 열리고 있는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피니시 하우스는 매우 협소하다. 폭 1.5m, 길이 2018m에 이르는 트랙이 끝나는 지점. 선수들이 4년간 흘린 땀과 노력이 기록으로 결실을 맺는 장소다. 윤성빈(24·강원도청)은 설날인 16일 오후 열린 남자 스켈레톤 경기 마지막 4차시기 주행을 끝낸 뒤 금메달을 확신하며 썰매에서 두 팔을 들어올렸다. 압도적 실력으로 ‘스켈레톤 황제’로 등극한 그는 한국 동계올림픽 역사상 첫 설상 종목 메달이란 값진 열매도 수확했다.
● 차마 지켜볼 수 없었던 어머니
그 순간 관중석에서 딸과 함께 아들을 응원하고 있던 윤성빈의 어머니 조영희씨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스타트 순간부터 어머니는 양손을 기도하듯 마주잡고 차마 다 지켜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딸에게서 경기가 끝났다는 말을 듣고서야 함께 환호했다. 어머니는 한 참 뒤에야 아들을 만나 포옹할 수 있었다. 위험한 경기를 마치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아들을 누구보다도 먼저 안아 주고 싶은 것이 모든 엄마의 똑 같은 마음이지만 정해진 절차와 규칙을 따라 기다렸다.

박영선 의원(맨 왼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피니시 라인에 서있었던 낯선 정치인
윤성빈은 경기를 끝내자마자 가족이 아닌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등의 축하를 먼저 받았다. 이들은 경기구역 피니시 라인 썰매 픽업존 , 즉 경기장 바로 곁에서 윤성빈을 기다렸다. 가장 낯선 인물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설날 자신을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큰 절을 올린 윤성빈을 기다리다 포옹을 했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러나 박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으로 올림픽경기장 출입 자격이 있는 AD(Accreditation) 카드 발급 대상이 아니었다. 응원을 하고 싶으면 입장권을 구입해 윤성빈의 어머니처럼 관중석에 앉았어야 했다.
큰 논란이 이어지자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이보 페리아니 회장은 윤성빈이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감안해 게스트존에 위치한 박 의원 일행을 피니시 구역의 썰매 픽업존에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청 게스트도 경기 운영구역은 출입할 수 없다. 조직위가 추가로 ‘앞으로 경기장은 물론 대회 시설에 대한 출입 통제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인 이유다.
박 의원도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해명 과정에서 더 큰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아쉬움이 남는 건 올림픽에서는 어떠한 특혜도 없어야 하고 진심어린 배려가 가능했다면 그 대상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설이 나도는 유력 정치인이 아닌 선수가 가장 만나고 싶은 가족이 먼저였어야 한다는 점이다.
● 마스크를 쓴 피겨 퀸
박 의원의 행동이 더 실망감을 안긴 건 사실 그 장소에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공을 세운 ‘피겨 퀸’이 관중으로 함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윤성빈이 주인공이었던 그날 김연아는 검은색 마스크와 털모자를 쓰고 열심히 응원을 했다. 윤성빈 어머니 바로 뒷줄 관중석에 있었지만 워낙 철저히 가려 쉽게 알아 볼 수 없었다. 박 의원에게는 없는 겸손과 존중이 김연아에게 있었다.
강릉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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