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BL
KGC 주축선수들 부상으로 기회 얻어
2월 11일 DB전 데뷔 첫 30분 출전 “그 자체로 행복해”
안양 KGC의 포워드 한희원(25)은 ‘잊혀진 기대주’였다.
경희대 출신으로 2015년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2순위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으면서 기대를 받았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데뷔시즌(2015~2016시즌) 38경기에서 평균 18분39초를 뛰어 5.3점·1.8리바운드라는 평범한 기록을 남겼다. 이듬해 트레이드를 통해 안양 KGC로 이적했지만 국내선수의 구성이 탄탄한 팀 사정상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승패가 가려진 ‘가비지 타임’에서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올 시즌 중반까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희원은 “해마다 여름에 훈련은 많이 하는데 뛰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고 내 스스로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한 때는 ‘농구를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뎠다”고 했다.
5라운드 들어 모처럼의 기회가 찾아왔다. KGC는 5라운드 중반 팀의 중심 오세근(31)의 부상, 양희종(34)의 체력저하 등으로 백업멤버들의 분전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KGC 김승기(47) 감독은 11일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한희원을 선택했다. 그는 31분25초를 뛰면서 3점슛 2개 포함 8점을 올렸다. 리바운드도 무려 8개를 잡아냈다. KGC는 접전 끝에 DB에 93-91로 이겼다.
김 감독은 “한희원이 적극적인 리바운드에 가담을 해줬고 중요할 때 3점슛까지 넣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한희원의 출전시간은 급격히 늘어났다. 18일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는 30분21초를 뛰면서 12점·4리바운드를 기록해 팀 승리(97-95)에 기여했다. 올 시즌 평균 8분 내외를 뛰었던 그는 최근 4경기에서 평균 27분37초 동안 코트 위를 누볐다.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때 그 가치가 빛나는 법이다. 데뷔 후 3시즌 동안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었던 한희원에게는 행복한 경험이었다.
한희원은 “DB와의 경기에서 31분을 뛰었는데, 프로에 데뷔해서 한 경기에 30분 이상 뛴 것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7~8분 남짓 뛰다가 30분을 뛰려니까 너무 힘들었지만, 코트 위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서 지칠 때마다 ‘이겨내야 한다’고 되새기면서 뛰었다. 다른 욕심은 없다. 어렵게 뛸 기회가 생겼다. 초심을 잃지 않고 수비부터 생각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