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강원도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 서울 SK의 경기에서 DB가 6년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선수들이 코트에서 환호하고 있다. 원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다. 남자농구계에서 올 시즌 개막 이전 DB를 우승후보로 꼽은 이는 단언컨대 단 한명도 없었다. 전문가는 물론이고 각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DB는 최하위 후보로 손꼽히는 팀이었다.
보란 듯이 DB는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프로농구 출범이래 최고의 파란이다. 스포츠의 매력은 이변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DB는 프로농구 역대 가장 매력 있는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하위 DB가 정상에 선 데에는 이상범 감독과 ‘특급선수’ 디온테 버튼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 기적을 일군 ‘이상범 매직’
농구는 감독의 영향이 큰 종목 중 하나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이상범 감독이 DB에 가져온 변화는 너무 크다.
올 시즌 DB는 베테랑 김주성, 윤호영, 가드 두경민을 제외하고는 프로데뷔 후 출전시간을 부여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감독은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는 무조건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선수들에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틀을 깬 이상범 감독의 지도방식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켰다. 지난 9월 일본전지훈련 때 그는 선수들에게 “감독의 말이 무조건 정답이 아니다. 지시가 있더라도 코트에 서 있는 너희(선수)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언제든지 상황에 맞게 바꾸면 된다”며 자율성을 부여했다.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철저한 상하관계가 적용되는 국내 스포츠 풍토에서 파격적인 지도방식이었다. 다른 지도자들 밑에서 기량을 인정받지 못했던 김태홍, 서민수, 김영훈 등은 덕분에 당당한 롤플레이어로 발돋움했다.
당초 포워드 자원으로 선발한 디온테 버튼이 이 감독을 찾아가 ‘가드를 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자 여기에도 기꺼이 응했다. 외국인선수 역할 변화는 선수 운용 계획 자체를 새로 짜야하는 위험이 따르는 결정이었지만 이 감독은 버튼을 위해 이를 수락했다. 구성원들과의 소통, 변화에 대한 빠른 대처가 가능한 리더가 인정받는 시대에 이 감독의 리더십은 DB가 일군 기적의 원동력이었다.
DB 버튼. 사진제공|KBL
● 프로농구 히트상품 된 버튼
DB는 지난 7월 미국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실질적 2순위로 디온테 버튼을 선발했다. 미국대학농구(NCAA) 스타였던 버튼은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최대어로 평가 받았지만 실질적 1순위 지명권을 쥐고 있던 전자랜드가 조쉬 셀비를 지명하면서 DB의 부름을 받았다. 이는 DB에게 최고의 행운이었다.
화려한 기술은 기본이고 파워, 스피드, 엄청난 운동능력까지 겸비한 버튼은 KBL코트를 뒤흔들었다. 특히 후반 승부처에서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수차례에 걸쳐 팀에 극적인 승리를 가져다줬다. 여기에 팀을 위할 줄 아는 선수였다. 자신의 공격기회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까지 살리는 플레이로 극찬을 받았다. 버튼의 존재는 DB선수들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가져다줬다. 이상범 감독은 “프로생활이 처음인 23살의 어린선수다. 향수병이나 슬럼프도 잘 극복해냈다. 디온테(버튼)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우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고의 활약을 펼쳐줬다”며 극찬했다.
원주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