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무사 두산 오재원이 삼진 아웃을 당한 후 항의를 하자 박종철 주심이 퇴장 선언을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BO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미 인쇄와 배포가 끝난 ‘2018 KBO리그 규정’에 일부 새로운 사항을 추가해 각 구단에 전달했다. 대부분은 2월 1일 언론을 통해 발표된 내용이었지만 ‘경기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 추가사항’은 아니었다.
총 11개 조항의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에 새롭게 2가지가 추가됐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기 중 심판위원에게 질의 금지(룰 판정 여부/ 판정에 대한 어필 등)’, ‘관객 입장 후 경기장에서 선수단 간 사담 및 교류 금지(장비 교화 행위 등)’
이 중 첫 번째 조항은 선수들이나 심판은 물론 팬들에게도 참 낯설다. 스트라이크존(S존)은 야구장에서 내려지는 판정 중 유일하게 개인의 시각차가 인정되는 부분이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S존 적용이 모두 같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S존은 판정이 번복될 수 없고 비디오판독 대상도 아니다. 선수들도 각 심판의 S존 차이를 세심하게 분석하고 경기에 적용한다. 투수나 타자, 포수 모두 마찬가지다.

올해 규정집이 인쇄된 시점에서 KBO는 ‘경기 중 심판위원에게 질의 금지’ 조항을 삽입한 공문을 각 구단들에 보냈다. 공문에는 S존 관련 질의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유니폼과 공에 센서를 달고 투구추적 시스템을 통해 인공지능 로봇이 판정을 내리지 않는 한, S존은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시즌까지 타자는 구심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했다. “낮았어요?” “타고 들어왔나요?” 진심으로 조언을 구한 경우도 있었고, 표정이나 목소리에 따라 항의로 받아들여질 때도 많았다. 타자와 구심이 대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선수와 심판이라는 직업을 떠나 야구 선후배로 감정싸움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타자와 구심의 대화는 싸움보다 조정의 역할이 컸다. 열에 아홉은 타자가 심판의 답변에 수긍했다.
급하게 만드느라 인쇄도 하지 못한, 새 지침은 질의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볼 판정에 대해 선수가 구심에게 질문을 하면 무조건 퇴장시켜야 한다. 누구는 항의를 받아들이고, 누구는 퇴장을 시키면 깊은 불신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용규가 퇴장당한 13일 한화 한용덕 감독이 분개한 이유다.

13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한화 7회말 2사 1루에서 1번타자 이용규가 삼진아웃에 대한 항의가 있자 황인태 구심이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의심할 ‘의’자의 질의(質疑)는 의심이 담겨져 있지만 의논할 ‘의’를 쓴 질의(質議)는 묻고 상의하고자하는 마음이 크다. 타자가 어떤 의도로 말을 하는지 심판은 금세 알 수 있다.
그러나 공식규정도 아닌 새 지침은 타자와 구심의 대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확인해보니 감독, 코칭스태프 등 현장과 충분히 논의된 사항도 아닌 일방적인 통보였다.
KBO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안은 대부분 정운찬 총재의 신념인 ‘클린 베이스볼’에서 출발한다. 올바른 정책 방향이지만 한곳만을 맹목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성공한 개혁에는 충분한 검토와 실험, 의견 청취가 필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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