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월드컵] 죽음의 D조서 3승…크로아티아가 쓰는 ‘네버엔딩 스토리’

입력 2018-06-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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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적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를 앞세운 크로아티아가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를 3전승으로 통과했다. 이미 16강행을 확정한 가운데 27일(한국시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치른 아이슬란드와의 3차전에서도 2-1로 이겨 D조 1위를 확보했다. 크로아티아는 다음달 2일 C조 2위 덴마크와 16강전을 펼친다.


‘죽음의 조’로 분류됐던 D조에서 3전승으로 1위를 차지한 결과만으로도 크로아티아의 전력이 만만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다. 모드리치를 구심점으로 한 중원이 막강하다. 2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 0-3 완패를 당한 아르헨티나는 탈락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D조 2위(1승1무1패)로 16강에 합류했다. 나이지리아(1승2패), 아이슬란드(1무2패)가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이제 관심은 크로아티아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가느냐다. 1991년 구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한 크로아티아의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은 1998년 프랑스대회 때의 3위다. 월드컵 본선 첫 출전에서 거둔 성과다. 당시 크로아티아는 힘과 기술을 겸비한 축구로 ‘발칸의 브라질’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세르비아계와 함께 동유럽 강호 유고연방의 주축을 이뤘던 크로아티아계의 축구실력이 독립과 함께 빛을 발했다.


프랑스월드컵 때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소속이던 스트라이커 다보르 수케르가 6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신생국 크로아티아의 거침없는 질주를 주도했다. 1990년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최고 골잡이들 가운데 한 명인 그는 독일과의 8강전에서도 쐐기골을 터트리며 3-0 완승에 앞장섰다. 2003년 1860뮌헨(독일)을 끝으로 은퇴한 뒤 2012년부터는 크로아티아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다.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D조 3차전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팬들에게 화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크로아티아는 프랑스월드컵에서 일으킨 돌풍을 살리지 못하고 최근 3차례 월드컵에선 모두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이 20년만의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이다. 전 세계 축구팬들도 기억하는 ‘수케르의 영광’을 그 후예들이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단 16강행에 성공한 만큼 ‘절반의 성공’은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16강전 상대도 비교적 무난한 덴마크다. 조별리그 C조 3경기에서 덴마크는 1승2무에 2득점·1실점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토트넘(잉글랜드) 동료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활약이 돋보이지만,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아르헨티나마저 무력화시킨 크로아티아의 중원이 훨씬 강력해 보인다.


현재 크로아티아의 주축선수들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 이번 대회가 그들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33세의 모드리치와 함께 중원을 구성하는 이반 라키티치(FC바르셀로나)는 30세, 이반 페리시치(인테르 밀란)는 29세다. 최전방의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는 32세다. 그렇기에 과거의 영화를 되살리려는 그들의 의지 또한 강렬하다. 20년 전 수케르처럼 월드컵 본선무대를 쥐락펴락할 수 있을지 크로아티아의 남은 여정이 기대된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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