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독에게 듣는다] ‘상처 속 금메달, 한국 야구 갈길은?’ 김인식 전 WBC 감독 “논란의 AG, 이대로는 안 된다, 프로와 아마추어 소통 필요”

입력 2018-09-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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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KBO 총재 고문은 한국 야구대표팀의 국제대회 경쟁력을 가장 높게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야구계 큰 어른으로 평가받는 김 고문은 2일 스포츠동아를 통해 말도 많고 논란도 많았던 이번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한국 야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스포츠동아DB

김인식(71) KBO 총재 고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국민감독’이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을 시작으로 2009 WBC 준우승, 그리고 2015 WBSC프리미어12 우승까지…. 그는 연이은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이끌며 한국 프로야구의 황금기를 연 주인공이다. 야구계에서 ‘국민감독’이란 칭호는 오직 그에게만 허락된다.

야구팬에게 잊을 수 없는 다양한 감동을 선사한 그의 국가대표 지도자 이력은 사실 더 있다.

WBC의 영광이 너무 커 다른 국제대회 성적이 묻힐 정도다. 김 고문은 16년 전, 한국에서 열린 2002부산아시안게임에 야구대표팀을 이끌고 나가 금메달도 수확했다. 2000시드니올림픽에서는 코치로 대표팀의 동메달 획득에 기여하기도 했다.

한국 야구의 역사와 ‘동행’한 김 고문에게 2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야구대표팀에 대해 물었다. 김 고문은 명확하게 현재를 짚고, 또 미래를 내다봤다.

● “‘넓은 S존’ 투수들 잘 활용, 타자들 익숙지 않았을 것”


-야구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상처도 적지 않았는데,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에게는 금메달이 본전인 대회였다. 분명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이겨내야 했다. 목표를 달성해 조금은 짐을 덜었을 것이라 본다. 어려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금메달을 땄다. 일단 진심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축하인사를 전한다. 끝까지 응원해주신 국민들께도 감사하다.”


-대회 전체적인 경기력과 수준은 어떻게 봤나.

“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대만에) 1-2로 졌지만, 대만이나 일본의 수준은 예상보다 떨어졌다. 특히 공격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부족해 보였다. 아무래도 AG는 아마추어 대회 아니겠나. 프로로 구성된 우리에게 우위가 있었다.”


-‘압도’한다는 느낌은 덜했던 게 사실이다.

“타자들이 넓은 스트라이크존에 당황하는 게 보였다. KBO리그보다 공이 한 개에서 한개 반씩 빠지는데도 스트라이크로 선언하더라. 눈에 익었던 스트라이크존이 변하니까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아마추어 대회의 심판들이라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그 부분은 아쉬웠다.”


-심판 판정은 결국 동일한 조건 아닌가.

“물론이다. 심판 판정을 핑계 삼을 수는 없다. 전체적인 구조를 설명하는 거다. 투수들은 이익을 볼 수밖에 없었다. AG는 사실상 한국, 대만, 일본의 싸움 아닌가. 세 팀간의 경기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넓은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한 투수들이 타자들을 상대로 유리한 싸움을 했다고 본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 야구대표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 “논란의 병역 혜택, 프로와 아마추어의 논의가 필요하다”

-잘해준 선수들을 뽑아본다면 누가 있겠나.


“투수들은 모든 선수들이 잘 던져줬다. 타선에서는 박병호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중심타자로 시원한 장타를 날려줬다. 이정후와 안치홍도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병역 혜택’으로 논란이 많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책은 나와야 한다.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4년 후라고 하지만 지금부터 얘기를 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해야 한다.”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AG에 나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문제는 성적이다. 대표팀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바로 비난이 따른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섞을 것인가, 혹은 아마추어로만 구성된 팀을 만들 것인가는 프로, 아마추어, 현장의 다각적인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단칼에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구체적인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하나.


“이번 대회 같은 수준이라면 대학교 선수들과 퓨처스리그 선수들 일부를 섞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결국 우리가 대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팀은 일본이다. 일본은 (프로야구) 리그 중단 없이 대회에 나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리그를 계속하며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맞다고 본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 야구대표팀. 사진제공|KBO


● “2020도쿄올림픽, 최고의 팀으로 구성해야”


-결국 2020도쿄올림픽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지 않겠나.

“올림픽은 최고의 선수들을 뽑아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데, 관건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다. 대표팀하면 가장 얘기가 많이 나오는 부분이다. 말은 쉽다. 미래를 보고 어린 선수를 키워야 되는 것 아니냐고 누구나 말한다. 그런데 그게 계산대로 되는 게 아니다.”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국제대회는 선배들의 풍부한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 선배들은 누구나 한때 후배였고, 또 대표팀 막내였다. 국제대회에서 선배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자라 ‘선배로 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무조건 어린선수들을 뽑는 게 능사는 아니다. 유망주가 특정 시점에 잠재력을 폭발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상당한 모험수다. 동일한 시각으로 그 시점에서 가장 잘 하는 선수를 뽑으면 된다. 아무리 어려도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면, 당연히 그 선수가 최고 아니겠나.”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결국 투수고, 또 결국 제구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트라이크존이 넓다고 했지만, 결국 투수가 그 존을 활용할 수 있어야 무기가 되는 것이다. 젊은 투수들은 빠른 공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늘 얘기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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