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병역 걸림돌 제거 없는 해외진출의 그림자

입력 2018-09-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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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19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드래프트 1라운드 1, 2순위에 지명된 이대은과 이학주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연례행사인 KBO리그 신인드래프트(2차 지명)가 올해는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올해 드래프트는 특히 투수 이대은(29), 내야수 이학주(28) 등 해외파의 대거 합류로 일찍부터 관심을 모았다. 한때 제2의 박찬호(은퇴),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를 꿈꾸며 태평양을 건넜던 그들이 내년부터는 KBO리그에서 활약한다니 적잖이 기대가 된다.

국내복귀를 결심한 이들은 저마다 간단치 않은 사연 하나씩은 지니고 있다. 이학주가 대표적이다. 2009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던 그는 2013년 무릎십자인대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은 여파로 끝내 빅리그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병역은 면제받는 ‘인생사 새옹지마’의 파고를 일찌감치 경험했다. 빅리그 승격이 여의치 않은 데다, KBO 규정상 즉각적인 유턴도 어려운 현실 때문에 지난해에는 일본독립리그에서 뛰었다.

이대은도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2007년 컵스와 계약한 그는 2015~2016년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지난 2년간은 경찰야구단 유니폼을 입었다. 이학주처럼 KBO리그를 거치고 않고 해외로 나갔던 선수들에게 적용된 2년의 경과 규정 때문에 사실 경찰야구단 입단에도 난관이 따랐다.

KBO가 허용하지 않았다면 퓨처스리그 경기 출전도 불가능했다.

이대은과 이학주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더 큰 무대로 떠났던 그들에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상당수가 기약 없는 마이너리그 생활에 심신이 지치고, 일부는 선수생명까지 앗아가는 부상을 당한 채 조용히 국내로 돌아온다. 한 살 두 살 나이는 먹는데 빅리그 승격은 자신할 수 없는 그들 모두에게 병역은 유턴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다. 그나마 이학주, 이대은처럼 지금껏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하게 된 이들은 행운아일 수 있다(물론 어렵사리 국내복귀에 성공해도 서른 즈음인 그들의 나이는 부담스럽다).

올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 출전한 축구스타 손흥민(26·토트넘)만큼은 아니어도 추신수가 2010년 광저우AG 금메달로 병역특례를 받기까지 본인은 물론 당시 소속구단 클리브랜드 인디언스는 KBO와 한국 팬들에게 적잖은 정성을 보였다. 어쩌면 내년 이후 최지만(27·탬파베이 레이스)이 추신수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 병역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일은 해외파 모두의 급선무 과제이기 때문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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