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에서 선수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장식중인 현대캐피탈 크리스티안 파다르. 오른팔에 한글로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새긴 그에게 한국은 성장의 발판이 된 제2의 고향이다. 천안|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파다르는 요즘 귀여운 의심(?)을 받는다. 워낙 능숙하게 한국어를 사용해 ‘사실은 한국인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 리그에 정착한 세 시즌 만에 간단한 일상 표현은 손쉽게 이해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선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동료들과 장난스러운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기본이고, 수려한 외모에 주어지는 “잘생겼다”는 말에도 통역의 도움 없이 곧장 알아듣고 피식 웃는다. 팬들 사이에서는 파다르가 현대캐피탈의 연고지에서 착안한 ‘천안 파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농담이 퍼질 정도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도 파다르를 두고 “거의 절반은 한국 사람이나 다름없다”며 웃었다.
현대캐피탈 파다르. 천안|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팬들에게 다가가는 선수이고 싶다”
2016년 처음 V리그에 왔을 땐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동료들과의 합숙 생활은 낯설었고, 여느 해외 리그와 비교하면 외국인 선수의 공격 부담이 높았던 까닭이다. 파다르는 “V리그 초반에는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다. 훈련량이나 경기 수도 다른 리그보다 많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참 좋다. 최고의 시설에서 뜨거운 분위기를 느끼며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지만, 틈틈이 동료들로부터 한국어를 익혔다. 이제는 한국의 전통노래인 아리랑도 곧잘 따라 부를 수 있게 됐다. 파다르는 “배구 팬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며 “또 통역을 통하면 다른 사람보다 대화를 참여하는 데 늦어진다. 방황하는 느낌이 싫어 적극적으로 배웠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렇게 한국 생활을 즐기게 됐고, 특별한 감정도 생겼다”며 “한글이라는 고유의 글자에 마음이 끌려 팔에 이름을 새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팬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몇 배로 되갚을 줄 아는 ‘사랑꾼’이다. 특히 천안 홈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파다르는 “천안 팬들은 정말 멋있다. 이기든 지든 늘 한결같이 열정적으로 응원해주는 모습이 신기하고 좋다”고 했다. 이어 “경기 내용이 타이트하고 5세트 승부로 이어지면 경기장이 정말 폭발할 것만 같다”며 “경기에서 지거나 경기가 재미있지 않더라도 큰 목소리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한편으론 “늘 팬들에게 잘 다가가는 선수이고 싶다. 배구를 잘한다고 해서 거만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팬들과도 가깝고,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현대캐피탈 파다르. 천안|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피나는 노력으로 성숙해진 파다르
파다르를 두고는 어린 나이에도 ‘의젓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평소엔 선수들과 장난을 주고받는 천진난만한 모습도 있지만, 운동에 임할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지한 자세를 지녔다. 최 감독도 “정말 어른스럽다. 성실하고 인성도 좋다. 몸 관리도 프로선수답게 스스로 잘 한다. 진정한 노력형 선수”라며 “한국어를 잘 알아듣는 것 역시 파다르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경험이 많이 쌓이다보니 범실도 많이 줄었다. 한 층 성숙한 배구를 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면이나 서브에서도 마음에 쏙 드는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공짜는 없다. 파다르가 흘린 굵은 땀방울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파다르는 “한국에 와서 성장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특히 경기를 많이 뛰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공격과 서브 등에서 기회를 많이 받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감정을 조절하는 데도 많이 능숙해졌다”며 “박빙의 상황이든 여유 있는 상황이든 똑같이 좋은 공격과 서브를 구사할 수 있다. 타이트한 상황이라도 떨리는 마음이 없다”고 자신했다.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파다르의 꿈은 딱 하나다. 현대캐피탈의 챔피언 등극이다. “우승을 꼭 하고 싶다”는 파다르의 푸른 눈이 선명하게 빛났다.
천안|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