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흥국생명을 ‘1강’으로 꼽았다. 2017~2018시즌 최하위였지만 알찬 비시즌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이적시장에서 베테랑 김세영을 영입하며 미들블로커(센터) 약점을 지웠고,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도 2순위로 베레니카 톰시아를 데려왔다. ‘주포’ 이재영의 부담을 덜기 위해 김미연까지 영입했으니 외부의 ‘우승후보’ 평가는 당연했다.
하지만 개막을 앞둔 박미희 감독은 염려가 가득했다. 박 감독은 “냉정히 말해 우리는 전 시즌 꼴찌다. 목표는 봄 배구 진출이다. 더 욕심내면 탈난다”고 손사래 쳤다. 비 시즌 내내 대표팀에 불려 다닌 이재영의 체력 문제부터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는 톰시아까지, 사령탑 눈에는 모두 근심거리였다. 올해까지 5연속시즌 지휘봉을 잡으며 ‘긍정적인 if’에 여러 차례 발목을 잡혔기 때문에 나온 걱정이었다.
기우였다. 2라운드까지 6승4패로 시작하며 숨을 고른 흥국생명은 3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15승5패로 질주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재영은 완성형 윙 스파이커(레프트)로 거듭났고, 톰시아는 리그 최고의 외인으로 우뚝 섰다. 이적 첫해 팀에 완벽히 녹아든 김세영과 김미연도 알짜배기 조연으로 고비마다 활약했다. 여기에 ‘루키’ 미들블로커 이주아까지 제 역할을 해내며 박미희 감독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세터 조송화도 여러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을 한데 묶었다. 박 감독이 매번 고마움을 전하는 백전노장 리베로 김해란의 존재 역시 든든했다. 앞장선 것은 주포 이재영이지만 모두가 만든 우승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즌이었다.
박 감독은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섰다. 그는 2016~2017시즌 4대 프로스포츠 최초로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여성 감독으로 남았다. 우승은커녕 연임조차 힘들었던 과거 여성 감독의 사례를 살펴보면, 박 감독의 지금까지 행보도 역사다. 이제 챔피언결정전이 남았다. 여성 사령탑 최초 프로 통합우승의 위업이 박 감독의 목표다. 자신 앞에 ‘여성’ 타이틀이 붙는 것을 반기지 않았던 박 감독도 “이제는 그 말이 좋게 느껴진다. 나와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을 보며 여성 후배들이 지도자 꿈을 꿀 수 있다”며 “사상 첫 통합우승을 이끈 여성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도전장을 냈다. 21일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은 흥국생명과 박미희 감독 도전의 무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