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 스포츠] KOVO 임시 이사회에서 확인해야 할 일

입력 2019-04-23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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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한국배구연맹(KOVO)이 최근 배구계의 현안이 된 김호철 대표팀감독 파문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이사회를 24일 오전에 개최한다. 한국배구의 발전을 위해 대한배구협회에 해마다 6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전임감독제를 출범시켰던 V리그 남녀 13개 구단의 단장들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진상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다 생산적인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각 구단의 단장들이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정확한 상황파악이다. 대한배구협회와 김호철 감독이 맺은 계약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어 한다.

파문이 터진 이후 매스컴을 통해 계약서의 일부는 알려졌다. 대한배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알렸지만 정작 핵심사항인 계약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계약서 가운데 “매스컴과 제3자에 알리지 않는다”는 비밀엄수 조항이 있지만 지금은 그 규정을 따를 상황이 아니다. 모든 논란의 출발점이 계약서의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여기에 법적 하자는 없는지 여부였기에 계약서 공개만큼 깔끔하고 쉬운 해법은 없다고 본다.

몇몇 구단이 KOVO에 요구하는 임시이사회 자료 가운데 하나도 계약서다.

회의 전에 충분한 자료검토를 해야 하는데 판단의 근거가 되는 계약서의 구체적 내용을 모르면서 어떤 얘기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표팀 전임감독 시스템의 한 축인 KOVO도 이런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실무자가 대한배구협회에 계약서를 달라고 요청했다. 대한배구협회도 자신들의 판단과 결정이 맞는다고 믿는다면 굳이 계약서를 숨길 이유가 없다.

만일 협회가 거부하면 또 다른 계약 당사자인 김호철 감독에게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김호철 감독은 “계약서를 주겠다”고 했다.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이 불편하면 이사회에서만이라도 그 내용을 본 뒤 국가대표 감독이 계약기간 도중에 프로팀에 가려고 했던 것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인지를 판단하면 된다. 임시이사회를 계기로 하루빨리 파문을 매듭짓고 그 다음 단계로 지금의 전임감독제에서 보완할 점과 국가대표팀 운영 전반에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는 미래지향적인 행보가 필요하다.

대한배구협회의 주장처럼 지금은 도쿄올림픽 예선이라는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모든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판이다. 수많은 논쟁 속에서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각자의 치부를 드러내봐야 서로가 깊은 상처를 입는다. 스포츠가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때 대중은 사랑하고 응원한다. 지금과 같은 부정적인 얘기가 매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봐야 결국에는 배구만 상처를 입는다. 책임을 탓할 필요도 없다. 이미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면 된다. 이번 파문에 관련된 이상 여론의 질타가 두렵겠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빠져서 미래로 나가지 못하면 더 큰 비극을 만든다. 추악한 폭로전으로 가면 공멸이다.

파문의 또 다른 당사자인 OK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의 협상과정을 소상하게 임시이사회에서 밝혀야 한다. 이번에는 숨김이 없기를 바란다. 지금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남을 핑계대지 말고 어떤 판단과 행동에 문제가 있었는지 솔직한 고해성사를 통해 반성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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