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각 구단의 단장들이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정확한 상황파악이다. 대한배구협회와 김호철 감독이 맺은 계약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어 한다.
몇몇 구단이 KOVO에 요구하는 임시이사회 자료 가운데 하나도 계약서다.
만일 협회가 거부하면 또 다른 계약 당사자인 김호철 감독에게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김호철 감독은 “계약서를 주겠다”고 했다.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이 불편하면 이사회에서만이라도 그 내용을 본 뒤 국가대표 감독이 계약기간 도중에 프로팀에 가려고 했던 것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인지를 판단하면 된다. 임시이사회를 계기로 하루빨리 파문을 매듭짓고 그 다음 단계로 지금의 전임감독제에서 보완할 점과 국가대표팀 운영 전반에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는 미래지향적인 행보가 필요하다.
대한배구협회의 주장처럼 지금은 도쿄올림픽 예선이라는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모든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판이다. 수많은 논쟁 속에서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각자의 치부를 드러내봐야 서로가 깊은 상처를 입는다. 스포츠가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때 대중은 사랑하고 응원한다. 지금과 같은 부정적인 얘기가 매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봐야 결국에는 배구만 상처를 입는다. 책임을 탓할 필요도 없다. 이미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면 된다. 이번 파문에 관련된 이상 여론의 질타가 두렵겠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빠져서 미래로 나가지 못하면 더 큰 비극을 만든다. 추악한 폭로전으로 가면 공멸이다.
파문의 또 다른 당사자인 OK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의 협상과정을 소상하게 임시이사회에서 밝혀야 한다. 이번에는 숨김이 없기를 바란다. 지금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남을 핑계대지 말고 어떤 판단과 행동에 문제가 있었는지 솔직한 고해성사를 통해 반성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