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년구단 롯데는 왜 여전히 ‘구멍가게’인가

입력 2019-07-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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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롯데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롯데 18대 사령탑인 양 전 감독은 평균 수명이 2년도 채 되지 않는 ‘롯데 감독 잔혹사’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말았다. 프런트의 주먹구구식 팀 운영을 감독이 책임지는 일이 원년부터 계속 반복되고 있는 롯데다. 스포츠동아DB

1982년 KBO리그의 출범부터 올해까지 38년째.

롯데 자이언츠는 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리그의 맏형으로 꼽힌다. 원년부터 2019년까지 구단명이 똑같은 팀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과 2010년대 초반에 걸쳐 7번이나 한국시리즈(KS) 정상에 서는 등 두 차례에 걸쳐 강력한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과 달리 롯데는 1992년 두 번째 KS 우승을 차지한 후 여전히 챔피언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성적뿐 아니라 팀 운영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인 롯데그룹을 모기업으로 하는 ‘맏형’ 롯데는 여전히 ‘구멍가게’라는 손가락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는 19일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의 동반사임을 발표했다. 구단에 따르면 양 감독은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종료 후, 이 단장은 18일 전반기 최종전을 마친 뒤 각각 사의를 전했다. 하지만 야구계에서는 이들의 인사를 경질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하위로 떨어진 성적에 조롱 섞인 보도들이 이어지며 최고위층이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실제 롯데는 양 감독의 올해 연봉을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양 감독이 발표대로 자진사퇴했다면, 구단이 잔여 연봉을 줄 이유는 없다. 구단의 공식입장은 ‘예우차원’이다.

현장의 수장인 감독을 밥 먹듯이 갈아 치우니 팬들이 팀의 비전이나 컬러에 대해 납득할 도리가 없다. 2015년 이종운 전 감독을 시작으로 조원우 전 감독까지 2회 연속 초보 감독을 선임했던 롯데는 2017년 가을야구 진출로 조금씩 경험을 쌓은 조 전 감독과는 재계약 1년 만에 경질을 택했다. 이후 리빌딩을 위해 양 전 감독을 선임했지만 불과 반 시즌 만에 팀을 떠나게 했다. 양 전 감독은 38년 롯데 역사의 18대 감독이었다. 롯데 감독의 수명은 평균 2년이 채 안 된다는 얘기다. 사실상의 이번 ‘양 전 감독 경질’도 여론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임시 땜질’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장기적인 비전 없는 야구단 경영은 양 전 감독에게 큰 짐이 됐다. 구단은 성적과 리빌딩 모두를 원했다. 양 전 감독은 LG 트윈스에서 세대교체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프런트는 리빌딩의 기반이 되는 외국인선수 등 안정적인 전력 구축에 실패했다. 현장 감독의 요구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프리에이전트(FA) 영입부터 트레이드, 외국인 선수 교체까지 어느 하나 원활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책임은 이번에도 현장의 몫이었다.

수장을 잃은 롯데는 후반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은 전반기 경기 도중 씁쓸하게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롯데 선수단의 모습. 스포츠동아DB


21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민병헌은 “양 감독님의 사퇴는 선수단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물론 팀이 최하위에 떨어져 있으니, 구성원 가운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는 없다. 하지만 선수단이 이처럼 스스로 고개를 조아리는 가운데, 프런트는 이윤원 단장 사임을 받아준 것 외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현 사태에 대한 명확한 반성은 있는지 의문이다.

롯데의 선수단 연봉(신인 및 외국인 선수 제외)은 101억8300만 원으로 1위다. 여론과 그룹 고위층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정교한 전략 없이 FA투자가 이뤄진 결과고, 이에 대한 어떤 결실도 얻지 못하고 있다.

알찬 뎁스 차트 구성 보다는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에만 초점을 맞추고 특정 포지션에 올인하는 전력보강은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 팀의 근시안적인 운영을 단번에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원년 구단이나 맏형이라고 무조건 타 팀을 선도할 수는 없다. 프로는 경력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38년의 시간이 흘러도 프로 초창기와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은 창피한 일이다. 지금 롯데 자이언츠가 그렇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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