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위기론+악천후에도…올스타전 관중 1만4268명이 던진 희망

입력 2019-07-22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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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위기론. 한국야구는 올 시즌 내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선수단과 구단, KBO도 이를 피부로 느꼈다.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야구계에 퍼졌다. 그 인식과 고민이 만든 결과가 ‘2019 KBO 올스타전’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1만4268명과 그들의 만족도는 KBO리그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남부지방을 휩쓴 호우에 창원NC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19일 퓨처스 프라이데이와 20일 올스타전에 차질이 생겼다. 퓨처스 올스타전은 취소됐으며 올스타전은 21일로 연기됐다. 역대 두 번째 우천순연. 21일 오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예매 취소표만 4000장을 넘어섰다. 가뜩이나 시즌 내내 위기론에 시달렸던 KBO 측은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식전행사 ‘슈퍼레이스’부터였다. 올해 도입된 슈퍼레이스는 선수와 팬, 마스코트가 한 팀을 이뤄 릴레이 경주를 하는 이벤트다. 구단별로 선수 2명, 팬 3명, 마스코트 1명이 배턴을 주고받았다.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했고, 팬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KBO 관계자는 “아무래도 ‘처음’이기에 가장 걱정됐던 이벤트다. 장애물 제작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타 종목 올스타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던 시도가 낳은 결과다.

본 경기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졌다. 올스타브레이크가 종전 4일에서 7일로 늘어나며 선수들은 체력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처럼 전력으로 경기에 임했다. 최고 150㎞를 넘는 강속구를 어렵잖게 볼 수 있었다. 타자들도 매 순간 전력을 다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가 두 차례 홈 아웃 번복을 이끌어낸 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삼성 이학주. 스포츠동아DB


퍼포먼스도 화끈했다. ‘베스트 퍼포먼스상’ 수상을 작정하고 나온 이들도 있었다. 맥아더 장군으로 변신한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부터 ‘교주’가 된 이학주(삼성 라이온즈) 모두 팬들의 폭소를 이끌었다.

이러한 흐름에 미디어도 동참했다. 주관방송사 SBS스포츠는 강백호(KT)와 이범호(은퇴)를 중계부스로 초대했다. 여기에 포수들과 1루코치로 나선 이범호에게 마이크를 달아 그라운드의 생생한 소리를 전달했다.

얄궂은 날씨로 모든 일정이 하루 연기된 상황이었다. 수도권 팬들 입장에서는 지방, 그것도 기차 막차가 22시 전에 떠나는 창원이 개최지임을 생각하면 일요일 18시 경기 관전은 쉽지 않다. 서울에서 4인 가족이 함께 창원을 찾은 LG 트윈스 팬 강석호(49) 씨는 “금요일부터 내려왔는데 날씨를 보고 연차를 하루 더 썼다”며 “네 번째 올스타전 직관인데 올해가 가장 재밌었다”고 만족했다.

KBO 관계자는 “매년 올스타전의 재미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올해 들어 여러 가지를 시도했는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팬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 더 좋은 축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 프로야구는 변화를 택했다. 이날 창원구장을 찾은 1만4268명의 팬들과 그들의 만족도는, 올바른 방향이라면 프로야구도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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