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랜더 vs 킹 펠릭스’… 너무도 달라진 두 에이스의 위상

입력 2019-09-10 2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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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벌랜더-펠릭스 에르난데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동아닷컴]

같은 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나란히 명예의 전당으로 향할 것 같았던 저스틴 벌랜더(36)와 펠릭스 에르난데스(33). 두 투수는 현재 너무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벌랜더는 10일(이하 한국시각)까지 시즌 30경기에서 200이닝을 던지며, 18승 5패와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했다. 탈삼진은 264개.

현재 아메리칸리그 다승, 평균자책점, 최다이닝 1위. 벌랜더는 무난히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개인 통산 2번째 수상.

벌랜더는 2011년에 이 상을 받은 뒤 지난 2016년과 지난해 아쉽게 수상을 놓쳤고, 결국 8년 만에 다시 사이영상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무난하게 명예의 전당으로 향하고 있는 것. 벌랜더는 지난 2015시즌에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서서히 내리막을 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벌랜더는 이듬해 부활했고,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200이닝을 넘게 던지며 사이영상 수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15시즌 중 12차례 200이닝 돌파다.

반면 벌랜더보다 3살 어려 더 나은 누적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 에르난데스의 몰락은 너무 빨랐다. 이미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로 나설 수 없는 성적이다.

에르난데스는 10일까지 시즌 12경기에서 54 1/3이닝을 던지며, 1승 6패와 평균자책점 6.96을 기록했다. 부진에 부상이 겹쳤다.

에르난데스의 몰락은 지난 2015시즌부터 시작됐다. 또 2017시즌부터는 몰락의 속도가 빨라졌다. 최근 3시즌 평균자책점은 5.46에 이른다.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으나 이러한 추세로는 명예의 전당 입회가 어렵다. 물론 아직 비교적 젊기 때문에 200승과 3000이닝 등의 달성 가능성은 남아있다.

지난 2005년 같은 해 데뷔해 나란히 명예의 전당으로 향할 것 같았던 두 선수의 격차를 벌린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일 것이다.

에르난데스의 이번 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9.6마일에 불과하다. 신인 시절 95.8마일에 비하면 5마일 이상 하락했다.

또 에르난데스는 잭 그레인키와 달리 구속이 하락했을 때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한다. 그레인키는 떨어진 구속 속에서도 충분히 잘 버티고 있다.

반면 벌랜더는 이번 시즌 94.7마일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가장 빠른 기록인 2009년 95.6마일에 비해 1마일도 하락하지 않은 것.

벌랜더는 통산 3000이닝에 50이닝도 남겨놓지 않을 만큼 많이 던졌으나, 여전히 90마일 후반대의 패스트볼을 뿌리고 있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를 압도하고 변화구의 위력이 배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구속이 필요하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두 선수의 격차를 이리 벌린 것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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