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봉인가 천사인가…V리그 외국인선수 시장의 민낯 ①

입력 2019-10-21 13:2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현대캐피탈 에르난데스.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 에르난데스. 스포츠동아DB

도드람 2019~2020 V리그는 역대급 외국인선수 교체의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시즌개막도 하기 전에 6명의 선수가 교체됐다. 이전 시즌까지는 교체 횟수에 제한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시즌 개막 전이라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었고 시즌 중에도 2번의 교체가 가능하다. 이제 7번째 교체선수가 나올 상황이 벌어졌다. 현대캐피탈이다. 에르난데스가 17일 우리카드와의 경기 도중 발목골절 부상을 당했다. 2경기 만이다. 수술 이후 재활까지 3~4개월이 필요하다. 현대캐피탈은 투 트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우선 대체 외국인선수를 물색하고 있다. 영입가능 한 선수는 42명이다. 이 가운데 팀이 필요한 윙 공격수 후보로 2명을 압축했다. 문제는 그 선수를 데려오기 쉽지 않다는 것. 대부분의 리그가 시즌에 들어갔다. 그 팀의 주전선수를 빼오기 쉽지 않다. 준다고 해도 엄청난 이적료를 물어야 한다.

또 하나, 그 선수가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새로운 선수가 팀에 필요한 퍼즐인지는 경기를 해봐야 안다. 만일 대체선수의 실력이 어중간하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온 에르난데스를 포기해야 하기에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그래서 현대캐피탈은 외국인선수 없이 버티면서 봄 배구에 간다는 확신이 서고 에르난데스가 그때까지 회복해 복귀할 수 있다면 기다리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현대캐피탈에게는 큰 손실이다. 금전적으로도 그렇고 여름 내내 준비해온 농사를 하루아침에 망칠 수 있어서 고민은 크다.

● 외국인선수들은 얼마를 받고 도중에 팀을 떠나나

현재 규정은 외국인선수와 계약을 끝낼 때 그 달치 월급과 다음 달치 월급을 줘야 한다. 이것이 해석에 따라 애매모호하다. 선수들은 통상적으로 두 달치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KB손해보험의 산체스는 9월30일 팀과 계약을 해지했다. 10~11월 두 달치 월급을 달라고 했다. 비싼 돈을 들여서 어깨수술까지 시켜준 구단이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여자선수들은 작별하면서 6000~7000만 원을 받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보장해준 연봉은 약 1억8000만~2억3000만 원이다. 구단은 이를 아홉 달(8월1일부터 다음 해 4월30일까지)로 나눠서 준다. 전체 연봉의 9분의2를 받아야 하지만 통상적으로 3분의1을 받고 갔다. 떠나면서 표정이 좋았던 이유다.

남자선수들은 액수가 더 크다. 계약된 연봉은 3억5000만~4억1000만 원 정도다. 빨리 떠나보내고 싶은 구단은 뒷돈도 준다. 계약해지의 이유가 정당하지 못하거나 선수가 반발할 경우 국제배구연맹(FIVB)의 소송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른 선수를 데려올 수 없다. 시간이 급한 구단은 을의 위치다. 누구는 세금도 한 푼 내지 않고 2억 원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결국 이렇게 해서 시즌 전에 조기퇴출 선수들에게 각 구단이 쓴 돈은 10억 원을 넘었다. 엄청난 외화낭비다. 이 때문에 실무자들은 규정을 손보자고 한다. (2편에서 계속)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