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스포츠동아DB
모든 프로스포츠 구단의 지향점은 우승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왕좌를 노릴 만한 전력을 갖춘 최상위권 팀은 손에 꼽는다. 구단의 행보는 전력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적극적인 투자로 전력을 살찌운 팀은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는 반면, 아직 전력을 갖추지 못한 팀들은 ‘리빌딩’을 천명한다. 자연히 매년 우승권에서 경쟁하는 팀은 즉시전력 위주의 기용이 불가피하다. 경험 많은 선수들 위주의 기용은 세대교체의 적기를 놓치는 실수로 이어진다. ‘화무십일홍’이 대부분의 종목에서도 적용되는 이유다.
대한항공은 그래서 흥미롭다. 실업 시절부터 V리그 출범 직후까지 ‘만년 3위 팀’의 이미지가 강했다. 2010~2011시즌부터 3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게 최고 성과였으며, 이후에는 챔피언결정전도 밟지 못했다. 변화는 2016~2017시즌을 앞두고 박기원 감독이 부임하며 시작됐다. 박 감독은 강팀보다는 명문팀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기본 전력이 갖춰진 팀이었지만 눈앞의 1승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운영하겠다는 목표였다.
부임 첫해부터 지난 시즌까지 3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2017~2018시즌에는 창단 첫 우승을 일궈냈다. 전형적인 ‘윈 나우’ 행보인데, 세대교체의 싹도 움트고 있다. 센터 진성태, 라이트 임동혁, 리베로 오은렬 등 해마다 한 명씩은 주전을 위협하는 자원으로 성장했다. 박기원 감독은 “젊은 레프트 한 명 정도만 더 나온다면 향후 몇 년간은 선수층 고민을 덜 것 같다”며 현재 구성에 만족을 표했다. 굳은 표정의 베테랑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 대해 질문하면 “귀여워 죽겠다”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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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이 높은 ‘늙은 팀’이었던 대한항공은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박 감독에게 비결을 묻자 한선수의 이름부터 꺼냈다. “우리는 리그 최강의 세터가 있는 팀이다. 훈련 시간을 효율적으로 안배해서 백업 선수들도 충분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공은 없다고 손사래 치지만 대한항공 관계자들은 박 감독의 열린 마인드를 비결로 꼽는다. 박 감독을 포함한 대한항공 코칭스태프 11명은 매일 아침 회의를 진행한다. 젊은 선수기용의 과감한 기용에 대한 의견도 적극 개진한다. 한 명의 시각으로 놓칠 부분을 집단지성으로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오히려 발언의 적극성은 막내 코치들이 더욱 강하다는 후문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