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박철우-권영민 코치-장병철 감독-신치용-서재덕(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박철우는 하마터면 5년 전에도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을 뻔했다.
기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2가지를 떠올렸다. ‘가족보다 팀의 승리를 먼저 생각하는 저 감독은 진짜 무서운 승부사구나’와 ‘사위와 감독이 한 팀에서 뛰면 역시 부담스러운 모양이다’였다. 신치용 감독은 한국전력 서재덕과의 1-1 트레이드를 꿈꿨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에게 넌지시 가능성을 떠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트레이드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두 감독 사이에 구체적인 말이 오고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철우는 삼성화재에 남았다.
여차하면 삼성화재 선수가 될 뻔했던 서재덕은 2014~2015시즌 현대캐피탈 박주형 권영민과의 1-2 임대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3라운드 막판 선수교환을 했고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 사실을 공시했다. 이 임대 트레이드는 나중에 규정위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KOVO 규정 12조 국내임대선수 등록 2항이 걸림돌이었다.
‘시즌 도중에 국내 구단간 선수임대차 및 원소속 구단으로의 복귀는 정규리그(포스트시즌 포함) 기간 중에는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KOVO는 ‘3라운드까지는 선수 이적이 가능하다’는 제7조 이적선수 등록 조항에 따라 트레이드를 승인했다. ‘임대도 이적에 포함 된다’는 해석을 한 것이다. 다른 구단들의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이적은 스톱됐다. 1월2일 임시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최종 논의키로 했다. 말들이 많아지자 12월31일 현대캐피탈이 먼저 “트레이드를 무효로 한다”고 발표했다.
12월29일 한국전력 소속으로 홈경기에 출전한 뒤 수원에서 현대캐피탈의 보내준 차량을 타고 천안으로 이동했던 서재덕은 며칠간 훈련만 한 뒤 다시 한국전력으로 돌아갔다. 권영민과 박주형은 한국전력의 유니폼만 받고 한 번도 훈련하지 않은 채 제자리로 복귀했다.
당시 무산된 트레이드의 주인공이었던 권영민이 이번에는 한국전력의 수석코치로 박철우 영입에 큰 역할을 했다. 박철우는 2009~2010시즌 1월3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LIG손해보험과의 50득점을 기록했다. V리그 역대 토종선수 최다득점이다. 이날 박철우의 엄청난 득점기록을 거들었던 세터가 바로 권영민이었다. 두 사람은 좋은 인연인 모양이다.
이번에 박철우를 품에 안은 장병철 감독과의 인연도 새삼 흥미롭다. 장병철 감독은 2009년 KOVO컵에서 MVP에 오른 뒤 전격적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선수생활을 더 이어가도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2009년 8월20일자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벗었다. 신치용 감독 때였다.
한국전력은 신치용에 이어 박철우까지 사위와 장인이 같은 팀에서 유니폼을 입는 새로운 얘기도 만들었다. 이번 영입작업 때 한국전력에서 박철우를 설득하면서 나왔던 내용이다. 만일 박철우가 한국전력의 주장이 되면 사위와 장인이 한 팀에서 주장이 되는 새로운 기록도 만들 수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