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박철우 권영민 장병철 신치용이 만든 돌고 도는 인생

입력 2020-04-20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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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박철우-권영민 코치-장병철 감독-신치용-서재덕(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한국전력 박철우-권영민 코치-장병철 감독-신치용-서재덕(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박철우의 한국전력 FA이적이 돌고 도는 인생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2020시즌 V리그 FA영입전쟁에서 최고의 화제다. 당분간 V리그 뉴스의 중심은 한국전력과 박철우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전력은 20일 박철우와 연봉 5억5000만원, 옵션 1억5000만원 등 3년 총액 21억원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세부적인 옵션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총액만 놓고 보면 역대 FA선수 공식 최고액이다. 지금까지 최고액은 5시즌 연속 1위였던 대한항공 한선수의 연봉 6억5000만원이다.

박철우는 하마터면 5년 전에도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을 뻔했다.

삼성화재가 2013~2014시즌 마지막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하고 난 뒤였다. 신치용 당시 감독은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그동안의 성공이 다음 시즌의 우승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변화를 꿈꿨다. 주전선수의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대상은 뜻밖에도 사위 박철우였다. 당시 신치용 감독은 “가족도 모른다. 알게 되면 딸이 나를 원망할 수도 있지만 감독이라면 팀을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기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2가지를 떠올렸다. ‘가족보다 팀의 승리를 먼저 생각하는 저 감독은 진짜 무서운 승부사구나’와 ‘사위와 감독이 한 팀에서 뛰면 역시 부담스러운 모양이다’였다. 신치용 감독은 한국전력 서재덕과의 1-1 트레이드를 꿈꿨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에게 넌지시 가능성을 떠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트레이드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두 감독 사이에 구체적인 말이 오고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철우는 삼성화재에 남았다.

여차하면 삼성화재 선수가 될 뻔했던 서재덕은 2014~2015시즌 현대캐피탈 박주형 권영민과의 1-2 임대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3라운드 막판 선수교환을 했고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 사실을 공시했다. 이 임대 트레이드는 나중에 규정위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KOVO 규정 12조 국내임대선수 등록 2항이 걸림돌이었다.

‘시즌 도중에 국내 구단간 선수임대차 및 원소속 구단으로의 복귀는 정규리그(포스트시즌 포함) 기간 중에는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KOVO는 ‘3라운드까지는 선수 이적이 가능하다’는 제7조 이적선수 등록 조항에 따라 트레이드를 승인했다. ‘임대도 이적에 포함 된다’는 해석을 한 것이다. 다른 구단들의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이적은 스톱됐다. 1월2일 임시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최종 논의키로 했다. 말들이 많아지자 12월31일 현대캐피탈이 먼저 “트레이드를 무효로 한다”고 발표했다.

12월29일 한국전력 소속으로 홈경기에 출전한 뒤 수원에서 현대캐피탈의 보내준 차량을 타고 천안으로 이동했던 서재덕은 며칠간 훈련만 한 뒤 다시 한국전력으로 돌아갔다. 권영민과 박주형은 한국전력의 유니폼만 받고 한 번도 훈련하지 않은 채 제자리로 복귀했다.

당시 무산된 트레이드의 주인공이었던 권영민이 이번에는 한국전력의 수석코치로 박철우 영입에 큰 역할을 했다. 박철우는 2009~2010시즌 1월3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LIG손해보험과의 50득점을 기록했다. V리그 역대 토종선수 최다득점이다. 이날 박철우의 엄청난 득점기록을 거들었던 세터가 바로 권영민이었다. 두 사람은 좋은 인연인 모양이다.

이번에 박철우를 품에 안은 장병철 감독과의 인연도 새삼 흥미롭다. 장병철 감독은 2009년 KOVO컵에서 MVP에 오른 뒤 전격적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선수생활을 더 이어가도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2009년 8월20일자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벗었다. 신치용 감독 때였다.

이후 실업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지만 V리그에 컴백하지 못한 채 진짜 인생을 힘들게 경험했다. 그는 2015~2016시즌에서야 한국전력의 코치로 V리그에 돌아왔다. 장인에게 잘렸던 선수가 감독으로 사위를 영입하는 스토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한국전력은 신치용에 이어 박철우까지 사위와 장인이 같은 팀에서 유니폼을 입는 새로운 얘기도 만들었다. 이번 영입작업 때 한국전력에서 박철우를 설득하면서 나왔던 내용이다. 만일 박철우가 한국전력의 주장이 되면 사위와 장인이 한 팀에서 주장이 되는 새로운 기록도 만들 수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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